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놀이문화

2023-08-25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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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19일 오후 6시 랜달스 아일랜드 팍에 갔다. 8월18일~20일 3일간 열린 ‘포켓몬 고 페스트 뉴욕시 2023 (Pokemon GO Fest New York City 2023)’ 이벤트에 참여한 가족을 태우러 간 것이다.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으니 참가자들은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이벤트장으로 오라는 지침이 있었다.

그야말로 남녀불문, 인종불문, 나이불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드넓은 잔디밭에 흩어져서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포켓몬을 포획하고 있었다. 이미 게임을 끝낸 무리들은 줄지어 이벤트장을 빠져나가고 있어서 힘들게 픽업 장소까지 가야했다.

대도시 뉴욕을 무대로 펼쳐진 게임을 하고 배틀 그라운드에서 다른 트레이너와 실력을 겨룬 그들은 모두 들뜨고 흥분된 표정이었다. 수천 명의 동료 트레이너들과 함께 오전에는 맨하탄 센트럴 팍에서, 오후에는 랜달스 아일랜드 팍에서 반나절 이상 포켓몬 서식지를 찾아 헤맨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는 야구 모자를 쓰고도 얼굴이 발그레 익어있었다. 보호자로 같이 간 40대 아이 아버지가 더 재밌다고 했다.


공룡같기도 하고 벌레같기도 한 가상의 작은 생물들은 150여마리에서 시작하여 매 시리즈마다 새롭고 희귀한 괴물이 등장하더니 현재는 1,000마리가 넘는다. 지난 2016년 선보인 ‘포켓몬 고 페스트’ 축제는 올해 런던, 오사카, 뉴욕에서 열렸다. 뉴욕의 이벤트 참가자 70%가 성인남녀, 어린이와 청소년은 30% 정도로 어른들에게 더 인기있는 행사다.

1996년 출시된 포켓몬은 한 해만에 밀리언셀러를 달성해 26년이 지난 현재 원작인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완구, 각종 패션 아이템까지 망라하며 시대와 공간을 뛰어 세대를 넘나드는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포켓몬을 개발한 회사의 이름은 게임 프리크, 배급과 유통을 담당한 회사는 닌텐도이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어린 시절 매니아들이 성인이 되면서도 여전히 좋아하다 보니 출시 26년이 넘은 지금은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즐긴다. 이날도 랜달스 아일랜드 팍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대다수였다.

현재 콘텐츠 비즈니스를 끌고가는 유명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스타워즈, 포켓몬, 마블 등이다. 가장 수익이 많은 프랜차이즈가 기업 단위에서는 디즈니, 단일 프랜차이즈 1위는 포켓몬으로 알려진 포켓 몬스터일 것이다. 포켓몬은 일본의 가장 성공적인 문화수출품이 되었다.

수년 전부터 게임과 웹툰을 출발점으로 한 K콘텐츠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BTS, 블랙핑크를 중심으로 한 K팝, 드라마, 영화 등의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한 ‘오징어게임’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 우리의 전통 놀이문화가 나온다. 우리 고유 놀이문화가 세계인들에게 통한 것이다. 왜 이러한 우리의 것은 포켓몬처럼 확장되지 못하고 있을까.

원래 놀이는 어린이에게 생생한 학습 현장 그 자체다. 세상을 배우고 규칙을 익히고 친구와 사회와 관계를 맺게 한다. 놀이 부족시에는 정서 미달, 대인관계 미숙, 자기중심적, 적응능력 결핍 등이 따른다. 어른에게도 놀이문화가 필요하다.


포켓몬스트는 개발사인 게임 프리크의 사장인 타지리 사토시가 6년간의 고생 끝에 낳은 결실이다. 아이디어를 계속 추가하면서 재정적으로도 어려워져 게임 제작 경험을 쌓은 뒤 포켓몬스터를 다시 개발하기도 했다. 결국 소형 게임기에서 캐릭터를 교환하는 다양하고 귀여운 150여 마리의 몬스터들을 포획하는 포켓몬 도감을 완성시켰다.

가장 먼저 콘텐츠를 만드는 상상력과 창의성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 또 ‘오징어게임’의 엄청난 수익 혜택을 넷플릭스가 입은 것을 알 것이다. 전세계에 직접 유통하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동반성장시켜야 한다. 이에 적극적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된 우리 고유 놀이문화로 게임을 하는 뉴요커들이 랜달스 아일랜드 팍에 밀물처럼 몰려드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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