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대한민국의 노인들, 그들은 누구인가?

2023-08-09 (수)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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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며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시편90:10)라고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2023년)에 따르면 65세(1958년생) 이상 비중은 올해 18.4%의 고령사회(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의 진입이 가속화되어 가고 있으며, 의학과 식문화의 발달, 질 높은 삶 등으로 백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가난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쓰라린 역사를 타고난 한국 현대사 산증인들이며, 그들의 삶에 대하여 곱씹어 보고자 한다.
1920-40년대에 혹독한 일본제국주의하에서 수탈과 노역, 태평양 전쟁에 동원되는 등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1945년 8월, 일제의 패망과 무장해제로 한반도는 38도선을 기준으로 남북이 갈리는 미완의 해방을 맞이하였다.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군의 지원을 받아 1950년 6월25일 남한을 무력공격했다. 1953년 7월27일 휴전까지 3년 1개월간의 피비린내나는 처참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쟁으로 남한 약 200만 명의 인명피해와 공산진영 약 250만 명의 인명피해를 낸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문 참상을 기록한 피의 전쟁이었다.


이산 가족 1,000만 명에 달하였으며 휴전이 된지 70여년이 흘렀지만 이러한 엄청난 국가재난을 겪었던 세대들이 우리네 노인들이다.
어디 이뿐인가! 6.25전쟁의 복구가 되기도 전에 1960년 4.19 민주주의 혁명과 1961년 5.16군사혁명이 겪으면서 가난하고 도탄 빠진 나라를 바로 세워보겠다고 나선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차례 실행하면서 유신과 새마을 운동을 범 국민운동으로 전개해 나갔다.

또한 베트남 전쟁(1965년~1973년)에 한국군은 연 5만 병력과 총 누계 30만 명 이상이 파견되어 피의 값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산업의 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지하자원이 전무한 한국경제는 1970~80년대부터 가공무역에서 시작하여 고도 산업사회로 도약하기 시작했고, 1988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 1990~2000년에 산업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제는 전세계 어디를 가든지 한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 선박, K-컬처 등을 볼 수 있으며, 2020년대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이루어 세계경제 10위권과 군사력 6위권으로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고 민주화까지 이룩한 위대한 민족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지도자의 탁월한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한 쾌거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이들의 노력에 의해 배불리 먹고 인간답게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최근에 더불어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란 이 모씨의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본질도 모르는 황당무계한 폄하 발언에 같은 당 양이 모씨도 동조하여 ‘지금 투표하는 많은 사람들은 미래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이라고 노인비하 발언을 했다니 현대 민주사회에 사는 사람으로 할 소리인가?

그들에게는 부모도 없고 눈에는 오르지 투표권만 보인다는 말인가? 오늘날 이렇게 잘 살게 해 놓은 장본인들을 현대판 고려장이라도 보내겠다는 것인가. 정치가 무엇인지, 인권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파렴치하고 배은망덕한 언행이 아니겠는가?

지도자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정치가, 교수의 자질도 없고 인간미도 없는 퇴출 대상자들이 아닌가! 전세계 디아스포라를 포함하여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이 시대의 위대한 영웅들이고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칭찬받을 만하다고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그들의 수고를 모르고 슬픔을 안겨주어야 되겠는가 말이다.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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