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차선(次善)의 지혜

2023-06-15 (목)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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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trte)는 ‘Life is C between B and D’라고 했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 이다’. 즉, 인생은 곧 선택이고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과거의 선택들이 모여 현재가 되었고, 지금 이 순간 순간의 선택들이 또 미래를 만들어간다. 인생에는 한 방향으로 정해진 운명은 없고 선택의 기회만이 즐비할 뿐이며, 선택에 의해 인생의 향방은 끊임없이 바뀐다.

인간이 하는 ‘선택’이라는 행위를 나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최선, 차선, 차악, 최악의 네 가지 분류법은 그 중 하나이다. 살아가면서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고, 최악의 선택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내면에 양심의 눈이 있어 태생적으로 선악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환상을 갖고있으며, 본인들의 능력에 대한 유한성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모른다. 혈기가 넘칠 때는 간과하기 쉽다. 꿈이 많을 때는 어림도 없는 얘기다. “Do your best!”. 매우 친숙한 글귀다. 책상 머리맡에 한두 번 안써붙여 놓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나서 문득 지난날을 뒤돌아보게 되면, 그때 비로소 우리네 인생은 계획된대로 흘러오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간절히 원했던 꿈을 포기했던 적도 있지만 그 꿈 때문에 접었던 아쉬운 미련도 많고, 마지못해 선택한 길에서 행운을 만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택한 차선이 내게는 최선이 아니었나 하는 심증을 가진 적도 있다.

올 상반기 내내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뉴욕한인회 회장 선거가 마침내 끝이 났다. 양자택일의 부담도 컸지만, 치열한 정치판 못지않은 날카로운 신경전은 실로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랜시간 잘 견딘 보람이 있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에서 우리 한인 커뮤니티가 성숙한 모습을 훌륭하게 지켜냈다.

흔들렸지만 꺾이지 않는, 충분히 자생력이 있는 집단임을 입증하였다. 여러 고비들마다 양측은 일방에게만 유리한 최선의 방책은 뒤로 미루고, 상대를 한방에 눕힐 최악의 수는 두지않는 지혜를 발휘했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조심스레 차선의 길을 제시하며, 마침내 어렵고도 험한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또한 선택에는 책임과 수용의 자세가 필요한데, 양후보자뿐만 아니라 지지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선거결과가 발표되자마자 한인사회의 화합과 통합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너나없이 동참했다. 차선을 택할 때 더 높은 용기의 정신이 필요하고, 차선과 차선이 모여 결국 최선이 된다는 교훈을 얻은 기회였다.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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