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축제는 끝나고, 이제 우리는 하나이다

2023-06-13 (화)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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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장 선거에서 두 후보와 유권자들, 우리 모두가 승자로서 그토록 바랬던 한인들의 축제도 끝났으니 축배를 들자. 이제 한인들은 과열 경쟁에서 돌아와 평정심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그러나 이 선거를 통해서 배웠던 점과 안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관계자들은 세밀히 분석하고 다음 2년후에는 진일보한 선거전을 치루도록 세심한 주의를 요하며 후배들에게 선례를 남겨야 한다.

먼저 승자에게 고한다. 승자는 이겼다는 교만에서 벗어나 겸손하게 패자에게 손을 내밀고 같이 갈 수 있도록 배려와 관용, 애정을 가져 주어야 한다. 2003년에 출시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라스트 사무라이(Last Samurai)’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군내의 신구군의 교체기에 주도권 싸움에서 재래식 칼로 무장한 구군과 새로운 총으로 무장한 신군사이에 벌어진 마지막 혈투에서 구군인 사무라이 사령관이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여기서 젊은 신군 사령관은 구군 사령관에게 정중한 예의를 표한다. 정말 무장들의 멋진 장면이었다. 비록 구군은 죽음을 두렵지 않고 싸웠지만 적장으로서도 그런 예우를 받을만 하다고 본다. 우리의 이번 선거는 오히려 반대로 신구의 박빙의 대결 양상을 띠었지만, 승자는 패자에게 정중히 예의를 표할 줄 아는 장수가 명장임에 틀임없을 것이다.

둘째 패자에게 고한다. 패자는 한 판의 샅바 싸움에서 패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야 한다. 여기서도 한 영화를 소개한다. 다 익히 알고 있는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영화 2008년작 ‘맘마미아’에서 엄마 여주인공은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을 다 빼앗기고 낙담을 하지만 그것도 잠시 ‘I have a dream’을 부르며 꿈을 키우게 되면서 선의 복수심을 불태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승자는 한 번이면 족하지만 패자는 패인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도전하여 당당하게 다음을 기대하면서 준비할 자세가 필요하다. 포기하면 끝이다. 우리 말에 삼시 세판이 있고, 4전5기에서 챔피언을 먹었던 프로권투 선수도 있었고, 8전9기로 사법고시를 패스한 늦깎이 검사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이다.

꿈을 가진 자는 언제든지 다시 설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속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면서 내공을 쌓아 가면 신은 절대로 그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한인회장 선거의 양 진영의 선대위에게 고한다. 선거에서 항상 등장하는 마타도어는 원래 선거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었지만 정치적 용어로 많이 시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이 뜻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로 상대편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고 투표율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정치인 전략에 왕왕 사용되는 행태로 상대방에 대한 중상모략, 비방 등의 흑색선전을 가리킨다,

특히 선거전 막바지에 다다를 수록 즉각적인 효과를 노리는 전술이다. 이번에도 선거전 막바지에 볼썽사납게 마타도어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 마타도어는 어느 쪽이 맞는가를 헷갈리게 하며 유권자들을 식상하고 피곤하게 한다.


그러나 당선자는 사실일지도 모르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양쪽 다 사태를 철저히 파악하여 상응한 조치를 취하면서 말 그대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를 바란다. 이것을 그대로 넘어가면 영원히 유권자는 헷갈리고 다음 선거에서 또 마타도어는 유령처럼 야바위 군들에 의해 환생하게 된다.

또한 이번 선거는 14년만의 경선이었건만 마음 먹고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선관위의 준비부족이라는 불평을 토로하였다. 다음 선거에서는 이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보다 선진화된 민주주의 선거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싯점에서 새 한인회장은 먼저 뉴욕한인회의 지역적 바운드리에 속하는 한인들을 전수 조사하고 등록한 한인은 자기의 의무를 한 만큼 이에 상응한 권리도 부여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인들이 자부심과 긍지 속에서 우리 2세들이 정치력의 신장과 다민족 속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존해가면서 아메리카의 아름다운 산지를 넘겨받아 전보다 더 자랑스럽고 행복한 디아스포라 생활이 되지 않을까.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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