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정동영 선거참패의 교훈

2023-06-08 (목) 세미안/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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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한국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그야말로 따놓은 당상이었다. 당시 그의 득표율은 48.7%. 이러한 비율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그 시기까지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이는 2위를 기록한 정동영 후보의 26.1%보다 20% 포인트 이상 우위였고, 표수로는 530만표 이상의 대승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후보는 총 유효투표 2375만여 표 가운데 1149만여 표를 얻은 것이다. 그가 상대 후보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득표로 압승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은 아닌데 정동영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많은 유권자들이 기권표를 던진 것이다. 심지어 같은 당 소속 당원들이 기권했을 정도이면 인기가 아주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 떠오른 생각은 정동영씨의 행보가 너무 가벼웠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정동영 하면 그는 ‘말로 흥해 말로 망한 사람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그가 나쁜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내뱉는 말과 행동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정동영씨는 “60대 이상 70대는 투표를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던 이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 투표를 독려한다고 한 말이 도리어 반작용으로 노인 투표자들을 폄하해 버린 것이다.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강조하다가 노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되어버린 것.

그러나 한번 쏟아진 물은 담을 수가 없다. 대한노인회는 정동영씨의 노인폄하 발언 이후 그 발언의 주인공인 정씨에게 항의하고 그의 정계 은퇴를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이번 뉴욕한인회장 선거판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다시 진행되고 있지만 반가움에 앞서 우려가 앞선다.

이번 선거에 나선 사회복지 활동 30년 경력의 기호 1번 김광석(67) 후보, 아직 사회봉사 업적은 미비하지만 훌륭한 변호사로 10년간 법조계에서 활동을 벌인 기호 2번 강진영(39) 후보, 두 후보 모두 실력이 뛰어나고 훌륭한 인물들임엔 틀림없다. 모두가 장차 한인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꾼들이다.

문제는 후보 당선을 위해 뛰는 일부 대책본부 요원들의 혼탁한 선거운동 방식이다. 후보들의 정책 토론이나 각 후보의 활동, 업적, 비전 등을 살펴보는 신선하고 깨끗한 선거가 아니라 어떻게든 상대후보 죽이기, 마구잡이식 흠집 내기, 섬칫할 정도의 공격성 비난 등이 요사이 단톡방에 넘쳐난다. 한국의 추한 정치판을 방불케 한다.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후보의 당선을 돕기보다는 후보의 가치를 그만큼 전락시키고 표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공명정대한 선거를 방해하고 선거판을 뒤흔드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정동영의 대선 참패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보인다.”

<세미안/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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