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 에세이 - 화창한 봄날, 모세를 만나다

2023-05-22 (월) 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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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빛 자유가 넓게 펼쳐진 차창 밖을 보며 펜실베니아 랑카스터에 위치한 사이트 앤 사운드 극장(Sight & Sound Theater)으로 가고 있다. 뉴욕에서 왕복 여섯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이고 보니 일 년에 한 번 정도 큰 맘 먹고 가는 뮤지컬 공연이다. 성극의 주인공은 성경 가운데 중요한 인물인 모세(MOSES)이다. 그는 구약성경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네 편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애굽 통치하에 있는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인으로 태어났다. 그 당시 애굽 왕 바로(Pharaoh)는 히브리인의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갓 태어난 사내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다.

이에 모세의 어머니 요고벳(Yocheved)은 젖도 안 뗀 그를 보호하기 위해 갈대상자에 담아 나일강에 띄운다. 강보에 싸인 아기를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어미의 심정을 헤아리며 관객들은 슬퍼했으리라. 마침 그 때에 나일강을 거닐던 바로 왕의 딸이 아기를 발견하고 자기 아이로 입양하여 키운다. 모세는 애굽의 왕자로 40년 동안 이집트의 최고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 후 그는 타고난 DNA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예비하신 주님의 섭리 때문이었을까, 이스라엘 백성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애굽 왕과 권력자들에게 쫓기며 좌절과 절망으로 광야를 헤매다가 미디안 광야에서 양치기로 지낸다. 어느 날 르비딤(Rephidim) 근처 호렙산(Horeb Mountain)에서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

“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내가 그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후 너희가 이 산에서 하나님을 섬기리니, 이것이 내가 너를 보낸 증거니라 “ 모세는 두려움으로 뒷걸음질치며 할 수 없다고 변명하였으나 “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 는 이 말씀에 확신을 얻고 순종을 한다.

그 장면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믿지 못하고 상황에 늘 두려워하며 순종 못하는 나의 실제가 느껴져 위로하는 마음이 된다. 그 후 애굽으로 되돌아 온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가 되어 애굽에서 그들을 탈출 시킨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내리신 모든 재앙 중 특히 유월절에 피 묻은 문설주에 나타나신 예수님의 모습과 홍해 바다가 갈라지며 탈출하는 무대 재현은 마치 내가 그 가운데 있는 듯 경이로운 감동이었다.

애굽 탈출 후 미디안 광야의 시내산(Mount Sinai)에서 하나님이 주신 십계명이 기록된 돌판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한다.
행복을 약속하는 율법으로 오직 받은 사명에 순종하는 모세의 믿음과 의지는 이스라엘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였고 지금까지도 우리 믿음의 푯대가 되어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성극의 마지막 피날레로 2,000 명의 관객을 향해 살아계신 예수그리스도의 메세지를 공표하는 광경은 놀라운 전도의 현장이었다. 태초부터 나를 위해 예비 하신 이 화창한 봄날에 감사드리며, 노을이 번지는 맨하탄 풍경을 빠르게 스쳐 트루넥 브릿지를 건넌다.

<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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