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에 과거사 사과 요구해야

2008-02-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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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1965년 2월, 서울에서 가조인동년 6월 도쿄에서 정식 조인된 한일 기본조약은 양국의 일반적 국교관계를 규정한 내용이다. 과거 한일합방 등 구 조약의 실효를 규정하고, 4개 부속 협정이었던 어업, 청구권 문제, 재일 한국인 법적지위 및 문화재 반환 조항 등에 과거사 사죄 성의는 안
보이고 우리측의 굴욕적 협상에 전국민이 분개, 학생시위(6.3사태) 등 한일회담 반대 운동이 전국적으로 거세게 일었다.

조인 후에도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멀어 오랜동안 논란은 계속되었다.
광복 후 들어선 이승만대통령의 건국정부도 36년의 압제와 고통, 강제 수탈을 거울삼아 52년 1월, 서·남해와 동해 해안수역에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해양주권선(이승만 라인)인 평화선을 선포하고 이 선을 넘어 조업하던 수 백척의 최신 일본어선(당시)들을 모조리 나포(拿捕), 부산, 목포, 여수항에 억류 후 일본의 사과를 받은 후 풀어주었던 사례, 5.16 군사정권 역시 경제개발을 위해 절대 필요하게 느끼고 있던 한일협정 추진이었지만 협상과정에서 우리측 약점을 간파, 집요하고 강력하게 요구한 독도 영유권 주장에 박정희대통령은 협상자(김종필, 오히라 도쿄회담) JP에 끝까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협상을 중단하라는 긴급 지시를 보내 국민의 정서와 민족혼의 맥을 살린 바 있다.


문민정부(김영삼대통령)도 역사 왜곡 등 과거사 사과를 요구, 현직 관방장관인 고노 요헤이(중의원 의장 역임)의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다는 발표를 끌어내기도 했다. 고노는 이 발표 때문에 장관직을 사임해야 했으며 일본을 궁지에 몰리게 하였다고 보수 우익들은 그를 역적의 명단에 올렸다.국민의 정부(김대중대통령)와 참여정부(노무현대통령)도 일본정부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부당성과 역사교과서 왜곡 내용을 지적하고, 상상할 수 없는 비인도적인 만행에 평생 눈물을 뿌려야만 했던 정신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정부 차원의 요구는 안 했지만 묵시적으로 위로와 지원을 도왔다.

83년도에 간행된 요시다세이지의 ‘나의 전쟁범죄-조선인 강제연행’ 및 고미가와 준페이의 ‘인간조건’ 등에서 조선인 강제연행(징용)이 노예사냥처럼 행해졌고 조선 여성들은 일본군이 강제로 끌고가 위안부로 삼았다는 증언과 본인 자신도 참여했다는 고백을 담은 양심선언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현 총리 후꾸다 야스오도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만나 과거 저지른 역사에 진실로 반성한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반면 보수우익을 대표한 에토다가미 전 총무처장관(95년)은 한일합방은 유엔이 인정한 합법적인 일이었으며 일본이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교육기관을 세우는 등 한국에 좋은 일을 했다는 망언으로 한국민을 더욱 경악케 하면서 사과를 요구한 김영삼대통령과 무라야마 총리의 회담을 취소 검토한다는 등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월 17일 이명박 당선자는 외신기자 회견시 “나는 재임기간 일본에 과거사 사과 요구를 하지 않겠다”면서 한일관계를 위해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공언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일본에 유연하게 대한다고 일본의 오만이 사그러들거나 한국과 한국민에 진심으로 과거사 사죄의 뜻을 갖겠는가.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미국의 연방의원들마저도 전쟁 중 저지른 윤리 도덕적 행위를 일본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결의까지 하는 마당에 36년간 한반도 방방곡곡에서 압제와 고통, 강제 수탈 및 수많은 인명피해까지 주었던 파렴치한 일본정부에 면죄부를 주듯 과거 잘못을 요구 않겠다니 민족의 기개(기개)나 정기(精氣)가 송두리채 무너지는 허탈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 당선자의 숨은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가?

일본은 자국이 저지른 만행에반성은 커녕 기회만 있으면 보수우익을 통해 망언을 일삼고 있으니 새 정부는 과거사 사과를 강력히 요구해야만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설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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