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존경받으며 살아가는 사람

2008-02-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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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 어느 집 가훈이다. 이 말은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이 되라!”란 뜻도 들어 있다. 어느 단체나 직장에서 혹은 친구들의 모임이나 동네 모임에서 아니, 이 사회에서 더 나아가 이 세상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있으나 마나 한 사람도 있다. 있으면 골치 덩어리, 혹은 “없어져 주었으면 아주 좋겠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세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는 사람은 곧 현실이며 그 현실은 모두의 이익이나 손해 혹은 공동선(共同善)과 또는 공동악(共同惡)과의 관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선행(善行)과 노력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들이 덕(德)과 득(得)을 볼 수 있다. 반대로 한 사람의 악행(惡行)과 게으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거나 죽을 수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아니 될 사람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태어날 때는 똑같은 백지의 상태에서 태어난다. 하얀 종이 위에 생(生)이란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그 그림이 어떤 그림이 되어 가느냐 하
는 것은 전적으로 그 종이 주인공의 살아가기에 딸려 있다.


사람이 백지의 상태에서 태어난다 해도 태어날 때의 환경과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부(富)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상황에서 그 생과 삶이 전개된다. 생과 삶의 전개는 다를 수 있지만,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어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부한 가정에서 태어났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도 될 수 있다. 꼭 필요한 사람이란 모두에게 유익을 주며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아는 사람이다. 전체의 이익은 공동선을 추구함에만 있어서이다. 히틀러처럼 독일만의 국익을 위한 공동악을 추구할 때 수백만의 죄 없는 사람들이 독일인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어야만 한다
면 히틀러나 히틀러를 따르는 사람들은 ‘없어져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책이 미 국민만 위한 것이지 인류 전체를 위한 공동선을 추구함에 위배된다면 정책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이웃나라는 죽어도 미국만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정책을 펴는 지도자라면 미국에서는 필요한 사람일지 몰라도 인류 전체의 번영과 행복을 놓고 보면 꼭 필요한 사람은 될 수 없다. 자유주의 경제시장 체제의 경쟁 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두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하여, 경쟁 대상이 되는 상대 기업을 죽이는 사람이라야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말은 경제시장에서는 이익이 최대의 관건이므로 공동선이니 공동악
이니 하는 추상적 개념을 가지고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없게도 된다는 얘기다.

북한 같은 경우, 체제에 불응하거나 거역할 때 결과는 죽음이다. 그들에게 공동선은 체제 유지다. 로마 황제만 엄지손가락 밑으로 내린다고 사람 죽인 것은 아니다. 체제에 굴복하지 않으면 모두가 다 없어져 주어야만 하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되고 마는 게 북한 실정이다. 그곳의 사람들, 그곳에 태어난 게 불행이다. 그러니, 사람은 좋은 땅에서 태어나는 것도 큰 복이다.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종교 안에서도 전쟁은 일어난다. 십자군 전쟁이 그 좋은 예다. 이 종교에서 꼭 필요로 된 사람이 되면, 저 종교에서는 없어져 주었으면 좋은, 그런 결과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것이 종교 사이의 갈등으로 심화돼 분쟁을 조장하며 종교로 인해 나라와 나라가 전
쟁을 치루기도 한다. 그렇게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의 존재는 무가치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환경을 바꾸거나 아니면 순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축출된다. 있으나 마나 한 사람들이 어쩌면 순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일 런지도 모른다. 그들은 들어나지 않는다. 이익도 손해도 안 준다. 공동선이니 공동악이니, 그런 거 몰라도 된다.

그냥 배 납작 깔고 살기만 하면 된다. 체제 유지엔 그런 사람들이 최고일 게다. 그냥 하라는 데로 따라 하는 사람들이니까 내쫓길 이유도 없다. 복지부동에 꼭두각시다. 이익 창출을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동물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 감각이 없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어쩌면 매우 슬픈 일이다. 모두가 다 유익이 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지가 못하니 그렇다. 행복자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모두에게 덕과 득을 나누어 존경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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