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립된 인터넷 속의 대인관계

2008-02-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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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주(코너스톤 상담센터)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인간관계, 하지만 그 안에서 자기를 알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인터넷 속에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고립된 삶은 우리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그들의 정신건강과 사회 적응 능력을 자기파괴적으로 몰고 간다. 그
리고 결국에는 우울증과 여러 심리적 불안상태로 나타난 이후 심리상담소를 찾고 있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사실 심리상담학을 전공하는 과정 속에서 사이버세계와 현실속의 삶 속에서 혼돈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환자들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짐작치 못했기에 내겐 충격이 크다.인터넷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하는 인터넷 속 연인관계,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이 훨씬 쉽고, 자유롭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밖에 나
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일은 성가시고 어려운 일로 생각되고 현실적 대인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대립과 상처를 두려워하게 돼 더욱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많은 성인들이 인터넷 접속을 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한국문화사회를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 성인 이민자들 중 특히 컴퓨터 세대가 아닌 분들, 자녀교육과 이민생활에 자리잡고 사느라 인터넷
이메일 주소 하나조차 없는 분들이 많다. 이미 다 성장해버린 성인 자녀들에게 인터넷 접속 시간을 줄이라고 충고할 수 있는 때는 이미
지났고, 또한 무엇을 하는지 자녀들이 말해 주어도 정신 사납다고 거부하는 부모들도 많다. 인터넷으로 한국의 인기있는 TV 드라마 정도 볼 수 있는 분들은 그래도 컴퓨터 시대 속에 한 발 정도는 들여놓은 거라 해도 될 정도다.

한 28세의 청년이 부모님과 심리상담소에 찾아와 사랑의 실연을 겪고난 후 심한 우울감과 절망감에 힘들다며 도움을 원했다. 부모는 무엇이 문제의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자녀의 고립된 생활과 불안정한 감정조절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될 것 같아서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이 상담 사례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속 고립된 생활이 오래 되었고, 단 한번도 마주한 적 없는 사람과 사랑하고, 실연의 아픔을 겪고난 후 현실과 사이버 세상 속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그 많은 채팅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그 관계가 진정한 사랑이었는가에 대한 의문들을 던지면서 허탈감과 우울감은 늘어가고, 상대방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를 표현하고 싶지만 그녀의 모든 인터넷 창은 이미 닫혀버려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그는 직장에서 하루종일 애완동물 관리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듯 했다. 그의 모든 여가시간은 컴퓨터에서 시작해서 컴퓨터로 끝난다.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해결하고 밤 늦게까지 인터넷 접속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 접속부터, 직장에서도 거의 모든 점심과 휴식시간에 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을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수줍음이 많은 편이어서 사회활동엔 적극적이지 못했고 엄한 부모 밑에서 자라서 자기 감정표현 능력은 상당히 낮고 본인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상담시간 동안에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불안해 하는 모습으로 보아 인터넷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심리상담시간을 통해 자존감 향상에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을 보내야 했고, 잘못된 여가활동과 대인관계 기피증을 극복하는데 힘든 과정을 보내야 했다.

우리 인간은 대인관계를 통해 끝없는 성장을 한다.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게 되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도 넓어진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과 성장배경에 따라 대인관계에서 오는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진정한 대인관계를 시작하
는 시기인 20대 초기에 사회적응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고립된 삶과 대인기피증을 느끼게 되고, 인터넷이나 술, 각종 약물, 마약 중독에 빠지기 쉬워진다.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들고 괴로운 감정적 충돌과 마음의 상처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대인관계에 자신을 투자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일에 소홀하지 않도록 우리 한인
청년들을 도와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인간은 고립해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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