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문을 열자

2008-02-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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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전 MBC 아나운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삼라만상이 변하고 가진 것들이 달라지고 10년이면 강산마저 변한다. 강산은 그대로 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이 변한 까닭에 그 강산이 다르게 보인다.
이해득실에 따라 마음 바꾸기 쉬운 세상에 변함없는 마음을 만나면 바위처럼 든든하다. 우직하리 만큼 변함없는 심성과 마주칠 때 믿음(信)이 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처음에 보나 나중에 보나 보면 볼수록 그대로인 사람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나 냄비 죽 끓듯 조석으로 마음이 바뀌면 곁에 있는 사람이 불안해진다.인간관계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뭐니뭐니 해도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다. 미움이 악업인 줄 알면서 미움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마음 속의 앙금을 다스리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인간에게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더러운 피와 착한 사마리아인의 피가 동시에 흐르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인간적임에도 불구하고 미움으로 대접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비인간적인 일이다. 미움이라는 것은 마음이 다칠 때 반사적으로 불거지는 지극히 자연스런 정서다. 미워하는 데에는 미워할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사람이 사람에게 실망할 때 믿음이 사라지고 동시에 불신과 미움이 각을 세운다. 미움이란 민감하고도 섬세하기 때문에 사소한 자극에도 감정 변화를 일으키기 쉽고, 때로는 말 한마디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상한 마음 쓸어안고 고통받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열길 물 속 헤아리기 보다 사람 마음 짚어보는 일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상대가 무슨 생각에 잠겨있고 어떤 마음 상태인가를 살피는 일이 피곤하고 난감한 일이지만 수시로 변하는 사람의 마음 따라잡기란 피를 말리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마음 상하기 쉬운 게 사람의 관계다. 터놓고 지내던 사람들이 다친 마음을 주체 못해 마음에 상처를 입고 갈라서면 마음도 엉망이 되지만 자칫 사람 잃기 십상이다.타인의 마음 쓰는데만 끌려다니다 보면 오히려 내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면 그건 내 마음이 아니다. 내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도저히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믿는 사이가 되어야만 마음 터놓고 지낼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미움을 털고 그 마음자리에 안정을 심고 신뢰의 샘터가 되게 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의 문을 열고 싶거든 내 마음의 문을 먼저 열고 볼 일이다. 그래야만 원만한 마음이 소통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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