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그린 카트 법안’ 추진 유감

2008-02-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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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노 열(취재 2부 부장대우)

뉴욕시 소비자분과위원회의 ‘그린카트 법안 공청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뉴욕시의회실. 공청회 시작 30분전부터 시의회실 방청석은 뉴욕일원 한인청과·식품상 100여명 외에 이세목 뉴욕한인회장, 김영해 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장 등 한인사회 각계 인사와 전미수퍼마켓협회, 로컬노조 회원 등 모두 300여명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만큼 1,500개 과일·야채 벤더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입법 추진되고 있는 그린카트 법안에 대한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반증한 셈이다.
공청회가 시작하자 이번 법안을 입안한 뉴욕시장실 관계자는 상정취지에 대해 “영양 부족과 비만으로 질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원활히 공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족한 식품점을 대신 할 과일·야채 벤더 1,500개를 뉴욕시 일원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뉴욕시 일원에는 이미 식품점들이 너무 많아 과당경쟁 문제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인청과 식품상 1,200개를 비롯 수퍼마켓 1,400개, 소형델리 8,000개 등 1만개의 식품점들이 과잉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식품점들이 부족하다는 것은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특히나 세금도 내지 않는 1,500개의 벤더가 설치될 시 연간 수만달러에서 수십만달러의 세금과 각종 수수료를 내며 운영되고 있는 기존 식품점들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 존폐 문제로까지 확대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만약 뉴욕시 곳곳에 벤더가 설치 된 뒤 기존 식품점들의 휴폐업 사태가 속출한다면 뉴욕시는 어떻게 할 것인 지를 물어보고 싶다. 뉴욕시장실 관계자는 또 식품점 부족 지역의 근거로 이스트 할렘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와 배치되는 자료일 뿐 해당 지역에는 오래 전부터 한인 청과상과 델리점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소상인연합회 관계자에 의해 그 자리에서 확인됐다. 과일·야채 공급을 통해 영양 부족과 비만 등 저소득층 주민들의 질병률을 낮추겠다는 법안 취지 자체도 문제다.

공청회 패널로 나선 모 시의원은 “이번 법안이 건강 식품공급을 통해 저소득층 주민들의 질병률을 감소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과일·야채 벤더 설치가 우선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위치한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스 등과 같은 패스트 푸드점부터 없애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 방청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 벤더의 위생관리, 교통체증 유발 등 입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업계를 모르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과 크리스틴 퀸 시의장이, 업계를 모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기존 청과·식품점들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게 그린카트 법안임을 이날 공청회는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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