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날개 정치를 기대하며

2008-0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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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칼럼니스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선출된지 벌써 50여일 지났고 오는 25일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갖게 된다. 지난 12월 여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5년 임기의 새 국정 최고책임자가 선출됐다. 이제 거대한 스포츠 게임같던 뜨거운 열기와 흥분도 가라앉고 국정 전반의 인수인계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5년은 빨리 간다. 국민들이 새 대통령을 선출한 이유와 배경을 엄밀히 분석해서 국민들이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그 바램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권력을 위임받은 당사자로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실망과 비웃음은 지난 정부보다 클 것이다. 이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크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을 당선시킨 국민들의 열망은 무엇일까?
보수의 선택이나 좌파의 퇴출을 위해서 한 표를 행사한 것이 아니라 선거권을 신중하게 행사한 한 표, 한 표의 표심은 ‘유권자 자신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기대’의 선택이다. 그 기대를 맡길 수 있는 후보에게 ‘신성한 한 표를 올인’한 것이다. 그리고 선거 결과는 100% 지지를 받지 못했더라도 당선자는 100% 통치권을 갖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100% 통치권을 갖게 된 대통령은 임기 중에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100%를 위해서 통치하는 국가 전체의 통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두 날개로 나는 독수리처럼 위풍당당하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좌와 우를 모두 품어야 한다. 빛나는 독수리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를 가지고 단단한 부리로 문제를 해결하고 튼튼한 다리로 현실을 움켜잡아야 한다.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특이하고 특출한 그의 생애와 경력은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포장마차에서 풀빵장사를 하는 엄마를 돕기 위해 같이 일하면서 다녔다. 여학교 앞이라 부끄러움에 모자를 항상 푹 눌러쓰고 일하면서 가난을 뼈 속으로 체험했을 것이다. 남산 중턱 가파른 언덕에 해방촌 시장 야간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청소부를 하며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다. 저 찬란한 청춘을 쓰레기 리어커를 끌며 주독야경(晝讀夜耕)했던 것이다. 그리고 학생운동에 앞장서서 반정부 데모를 하다가 주동자로 체포되어서 6개월 실형을 받았다. 그 전과로 인해서 대졸 실업자로 ‘백수의 고독’도 체험했다. 대통령에게 직접 탄원서를 내서 ‘취직의 길이 열리는 기쁨’도 체험했다. 현대건설에 취직해서 해외건설공사 현장에 근무햇고
35세에 CEO가 되어서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시공했고 현대건설을 국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여기까지가 10여년 전에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전에 출판했던 자서전 ‘신화는 없다’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어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임기중에 청계천 복구공사를 성공시켜서 ‘신화를 만들었다’ 여기까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전반기 라이프 스토리이다.

그의 후반기 스토리는 ‘과연 어떠한 대통령이었는가?’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 당선자가 살아온 길과 역량은 보수니 진보니 하는 단어로 정의될 수 없다. 그는 대한민국의 아들로 태어나서 찢어지는 가난을 경험했고 회사원으로 일개 평사원에서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공직자로서 서울시장의 영예도 누려보았다. 그의 지난 경륜은 간단하지 않고 미래는 예측 가능하지 않다. 국민은 그래서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로 국민과 국론을 분열시키는데 넘어가서는 안된다. ‘흑묘백묘론’은 중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경제이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간에’ 경제를 잘 해서 깊이 주름진 전국민의 아픔을 펴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맡겼다가 실망한 국민이 다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부탁드리는 것이다.새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부디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생산과 분배 양면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이다. 성장과 개혁이 공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좌우신민(左右臣民)을 모두 품어야 한다. 이명박 신화의 마지막 이야기는 ‘두 날개로 날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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