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자존심 숨기고 잘 살아가야

2008-0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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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목숨을 유지한다는 게 그리 유치하게는 되지 말아야 되는데 그렇지가 못할 때가 있다. 한 목숨이 내 한 목숨이 아니라 가족이 딸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만 가톨릭 신부들과 스님들, 특히 조계종 같은 종단의 성직자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가 보다. 가족이 딸리면 아무래도 소신껏 성직의 길을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말미암아 로만 가톨릭 신부들은 결혼을 하게 됐다. 그들의 결혼은 곧 가톨릭을 떠난다는 표였다. 그리고 루터 자신도 수녀와 결혼을 하여 종교 개혁을 이끌어 갔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개신교, 즉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은 목사가 모두 결혼을 하게 됐다. 그것이 현재 개신교회의 성직자들이며 그들은 모두 결혼한다. 결혼 자체는 문제될 것 없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만큼 큰 축복도 없다. 가정만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낳아 키우게 된다. 아들 딸 낳아 오순도순 가족이 한 마음이 되어 행복한 홈을 만들어가는 것은 지상 인류에게 내려진 큰 복중의 복이다. 그렇게 해서 그 가정은 한 가계를 이루어 대대손손 자손을 퍼트리게 된다.


가정을 이루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가정을 통해 가족 구성원이 구속을 받을 때는 가족들 자체가 많은 참음을 요구받는다. 여기서부터 부부는 부부대로 부모와 자식 간은 그 관계대로 서로 참고 상대 가족구성원을 이해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가정불화가 생기게 된다. 부부간의 가정불화는 이혼을 가져올 수 있고 이혼은 자녀들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아 평생을 가게도 한다. 자기 성찰을 통한 자기 개발은 많은 것을 참아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목숨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 불한당의 바지가랭이 사이를 기어 지나가야 하는 수모도 참아내야 한다. 참아내지 못하면 현상유지도 못할 경우도 있음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계산해 볼 수 있는 안목도 목숨 유지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안목은 지식이 아닌 지혜다.

여기서 목숨을 유지한다고 하는 뜻은 일상을 어떻게 지혜로이 잘 헤쳐 세상을 살아나가느냐 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그 일상엔 자기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야 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 때도 있을 것이다. 어느 때이건 상대방의 의사를 잘 들은 다음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어 설득력 있는 대화를 통한 결정을 유도해 내야 할 것이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아부는 금물이다. 경우에 따라 권력을 가진 상대방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맹종과 아부는 자신을 우스개 거리로 만들어가는 치욕적인 처세가 될 수 있음이다. 아부는 살아남기 위한 목숨유지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깎아 내리는 추한 행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도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분명히 하여 더 큰 이익을 가져오게 하는 처세는 살아남기 위한, 즉 목숨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런 방법은 공생과 상생 혹은 뽕도 따고 님 도 볼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 낼 수 있다. 그러면 너는 죽고 나만 살자 혹은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닌,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는 상생의 길로 함께 갈 수 있다.매일 삼 시 세끼 먹는다고 목숨 유지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동물이야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 치자. 그러나 사람이란 동물은 속에 자존심이라는 게 있어 밥만 먹고는 목숨 유지가 안 된다. 이것이 사람과 다른 동물과의 커다란 차이점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자존심은 어떤 경우 목숨 유지에 커다란 방해물이 될 수 있음에야. 잘 알아둬야 한다.

목숨을 유치하게 연명하지 않고 세상을 가장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자존심을 들어내지 않고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어떤 경우에건, 결단코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화를 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냐고 말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있다. 그들은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주위에 이런 사람들, 즉 자존심을 지키되 들어내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 상생을 추구해 나가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사람을 본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타고난 천성을 어찌하랴 하지만 천성도 바뀔 수 있다. 세상에 변화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목숨을 유지해 나가는데 이롭게 처신을 해나가야 자신도 좋고 가족에게도 좋다. 혼자 살아간다고 예외는 아니다. 혼자라도 살아나가야 하기에 그렇다. 오늘만 살고 내일 죽는다면 몰라도 계속 살아야 할 날이라면 가족 딸린 사람들, 자존심 숨기고 잘 살아가야 목숨 유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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