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것의 소중함

2008-02-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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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미국의 대통령을 바라며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장정에 나섰던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중도에서 레이스를 포기하고 말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기순위 1위를 달렸던 그가 왜 그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수퍼 화요일도 지나지 않은 싯점에서 대권을 향한 꿈을 접어야 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그의 득표 전략이 잘못되었었다고 지적을 한다. 대의원 수가 많은 플로리다주에 집중하기 위하여 초반에 치러진 군소주의 예비선거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지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줄리아니의 실패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작은 대상에 소홀한 사람이 어디 줄리아니 뿐이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작은 일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약속을 했을 경우에도, 그 약속이 작은 일에 관한 것이면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나를 만나기만 하면 “우리 식사 한번 같이 해요!”라는 말을 10년 가까이 되풀이 해오고 있다. 10년 가까이 그 이야기를 들어왔건만 난 그 사람과 아직 단 한 차례도 식사를 같이 해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은 ‘식사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가는 말로 인사치레로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은 다르다. 난 그 사람과 식사를 같이 하고픈 생각은 별로 없다.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하여는 어떠한 신뢰감도 갖고 있지 않다.

“식사를 같이 하자!”는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시간 약속을 어기는 사람도 신뢰를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데는 어떠한 비용도 들지 않는다. 조금 일찍 출발하면 된다. 차가 막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만 서둘러 출발하면 된다. 대개의 경우에 10분이면 충분하고 아무리 넉넉하게 감안을 해도 30분이면 족하다. 한데 우리 주위에는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개인끼리의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행사’의 시작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어 있다. 특히, 한인사회의 유명인사라고 하는 사람들의 ‘지각 도착’은 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제 때에 시작하지 않는’ 모임에는 중간에 돌아와 버린다.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려 보낸 시간으로 인하여 이미 기분이 잡쳐있기 때문이다.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은 작은 일들이다. 큰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럴 수 있겠지!’ 하고 이해를 한다. 하지만 작은 약속을 어겼을 경우에는 ‘그것도 못 지키면서?’라는 불신을 갖게 한다.

작은 대상을 소홀히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일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큰 것을 이루어낼 수 없다. 줄리아니의 실패는 우리에게 작은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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