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정과 도전

2008-02-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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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 교회 목사)

‘암을 이겨낸 피아니스트 서혜경 교수(48·경희대)가 컴백하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5세 때 피아노를 시작, 1980년 세계적 권위의 부조니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88년 카네기홀이 선정한 ‘올해의 세계 3대 피아니스트’로 선정됐고, 같은 해 스타인웨이 135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각국의 정상급 피아니스트 20명과 함께 연주회를 열었다.
시련도 있었다. 세계무대로 비상하던 20대에 갑작스런 근육마비 증세로 치명적인 장벽에 부딪쳤다. 그러나 이를 극복, 83년 뮌헨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올랐다. 암으로 또 한번 피아노를 그만둬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지난 해 5월 초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쳐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됐다.
유방암은 피아니스트를 두 번 죽이는 병이라고 한다.

생명과 수술로 인한 팔의 움직임의 둔화로 연주자로의 생명을 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 선고 후에도 수술을 거부한 항암치료를 받다가 최근에 암세포만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다시 재기한 것이다.목숨보다 소중한 건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이었다. 다시는 건반 앞에 못 앉을지 모른다, 악보를 못 외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33번의 항암치료와 회복이 채 되기도 전에 손가락과 팔부터 움직여서 의사에게 혼이 나기도 했지만.


교회 집사인 그는 “하나님이 저를 살린 이유가 아름다운 음악을 세상에 더 많이 들려주라는 뜻입니다. 살을 태우는 고통(항암치료)을 겪은 후 완벽주의를 버렸어요. 예전에는 ‘최고가 돼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살았는데 지금은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완행열차의 의미를 알게 됐죠. 가끔 하늘의 구름도 보고, 길섶의 이름 모를 풀꽃들을 어루만지며 살래요”라고 고백하고 있다. 역경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 그는 감사하며 즐겁게 살고 싶고 자신의 피아노 선율을 세상의 고통을 어루만지는데 바치고 싶다고 했다.한 사람의 열정과 도전을 가지고 서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깊은 사랑이 있다.

서 교수의 어머니 이소윤 권사는 하나님을 부인하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음으로 교만에 가득 찼던 그녀를 하나님을 영접하고 동생 바이얼리니스트 서혜주와 같이 예술인으로 세계 정상의 무대에서 주님의 크신 사랑을 전하는 복음의 귀한 증인들로 오늘도 하나님의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은 암세포가 이미 오른쪽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절제해야 할 정도로 넓게 퍼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주치의 노동영 박사는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필요한 신경과 근육조직은 남겨두고 암세포만 제거하는 초정밀 수술을 했다. 삶을 대신해 피아노를 선택한 서씨의 의지를 인정하며, 어려운 수술에 임한 것이다.

열정의 시작은 누구의 눈에 띄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곳에서 그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천이 되는 열정은 다른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그 자체가 큰 감동을 주는 것이다. 열정은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전해져야 열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면 열정을 다해서 타인에게 자신의 열정을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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