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삼성 특검을 보는 시각

2008-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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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최근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성 특검에 대해 물어보면 한인들은 대체로 2가지 관점에서 반응을 보인다.무엇보다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인데 이런 식(?)으로 흠집을 내야 되겠는가, 조용히 해결해야한다는 반응이 가장 많다. 일부는 삼성의 매출을 들먹거리면서 국가 경제가 파탄날 것처럼 흥분한다. 정권 차원의 흠집내기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또다른 하나는 내부 고발자의 의리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삼성 법무팀의 김용철 변호사를 두고 말하는 것인데, 어떻게 자신이 속해있던 회사를 고발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일종의 의리론이다.

그런데 삼성특검법이 왜 시작됐고, 어떤 내용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잘 모른다. 한국의 언론 보도를 토대로 간략하게 소개하면, 삼성특검은 삼성 비자금 의혹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삼성의 증여세 탈루 혐의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상무에게 지분을 편법 증여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이 발단이다. 죽어서 아들에게 물
려주는 형식이나, 직접 주는 형식을 취하게 되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천문학적 단위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편법 증여를 한 것인데,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삼성의 막강한 인맥을 동원해 고위층 판검사들에게 로비를 해서 에버랜드 사건을 무마했다고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것이 삼성 비자금 의혹사건이다. 특검을 한 이유는 로비 의혹 대상이 검찰의 고위 간부이기 때문에 특별 검사를 지명한 것이다.이 과정에서 삼성은 그동안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증언이 나와, 미술품이 비자금 세탁 의혹 및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앞으로 법원에서 밝혀지겠지만 법인기업인 삼성이 회장 일가만을 위한 기업인지, 한국 최고의 기업이 회장의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 증여와 검찰에 대한 불법 로비 등 뒷거래를 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또 이런 문제를 적나라하게 밝힌 내부 고발자를 배신자 취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 사회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더 궁금한 것은 이런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국가 체면이나 대기업의 경제적 영향을 미리 걱정해서, 빨리 덮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심리이다. ‘세상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체념 또는 패배주의적 반응이나,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위해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반응은 앞으로 이같은 일을 또다시 반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이 잘 되기 바라는 것은 해외에 나와있는 한인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편법이 아닌 정도를 걷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미국에서 7번째로 큰 기업이었던 엔론이 파산한 것은 다름아닌 부정직한 회계처리와 제어장치없이 무리하게 추진됐던 경영 방식, 정치권과의 유착 등 때문이었다. 한국의 IMF 당시 누구나 지적됐던 한국 기업의 문제 역시, 투명성이었다.삼성이 이번 일을 계기로 누구의 기업이 아닌 한국의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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