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01-25 (금)
크게 작게
강자구(의사)

‘자기기인(自欺欺人)’은 2007년도를 아주 잘 표현하는 ‘4자 성어’에 뽑혔다. 이 뜻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것이고 ‘주자어록’에 있다고 한다. 원래는 유교경전인 大學에 母自欺, 자기를 속이지 말라에서 나왔다고 한다.

여하간에 2007년도 한국의 지식인, 지도층 인사들이 얼마나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였기에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 신정아 등의 학위 위조사건은 우리 사회가 고학력과 박사학위를 가진 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실력이 있어도 통하지 않으니 가짜 박사학위가 필요하고 그래서 양산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돈벌이가 되니까 중간 브로커가 날뛰게 되고 가짜가 가짜를 자꾸만 이어지게 된다. 일종의 사회병이란 뜻이다.


실력을 알아주는 사회가 되어 있으면 아무리 박사학위를 가진 자라도 실력이 테스트 될 것이다.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그 방면에서 최소한도 이 정도는 안다고 인증하며 학위를 주는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 박사학위를 받고 Post Dr. Course를 하는 것도 실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가!
남을 속이기 위하여서는 2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자기를 속여야 한다. 둘째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속일 수 있는 지식을 가져야 한다. 요약하면 유식자가 무식한 자(다른 방면에는 유식하더라도)를 유혹해서 속아 넘어가게 하는 것이다.

약의 효능을 아는 자는 그 약을 모르는 사람을 속일 수 있고, 가령 자기 몸에 관심이 많은 사람(몸에 집착)에게 보약이 아닌 것을 아주 좋은 보약이라 속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개구리, 뱀, 물개의 성기… 등등 아무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는데도 사회적 통념 때문에 이런 일이 상식화가 되어 있다. 자기가 속임을 당하는 줄도 모르고…

TV에 나오는 웰빙에 관한 광고를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상품의 실체를 알고 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법을 아는 사람은 법규를 모르는 사람을 속이기 쉽고, 의사나 약사나 다른 과학자, 교육자, 종교인, 정치인, 법관, 변호사 등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첫째도 둘째도 자기를 속이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이 간단치 않다.지금의 ‘나’는 나의 부모님, 초등, 고등, 대학의 학교 교육과 사회 정의의 정도, 즉 문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알고 있는 것(과학, 모든 종교의 경전 등)은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 행동화하지 못한 것, 즉 “남의 것”이기 때문에 급할 때는 본래 ‘자기(가면을 벗은 자기)’가 튀어나온다. 이것이 거짓말이다. 거짓 행동이다. 정신분석 치료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기 자신을 반성하여 ‘보기 싫은 자기(가면을 벗은 자기)’를 은폐하려는 힘이 강할 때 ‘자기 합리화’ ‘자기 은폐’ ‘자기 방어’ 혹은 ‘진정한 자기로부터의 도피’라고 한다. 그래서 책을 많이 보는 것을 율곡선생도 ‘격몽요결’이란 책에서 권장하였고 책을 보고 그 의미를 알고 실행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치아가 약한 사람, 혹은 보기 싫은 자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책을 보고 얻은 지식을 가지고 남을 위하는데 쓰는 것보다 남을 얕보는 데나 남을 비판하는데 사용하기 쉽다. 그래서 지식(머리로 아는 것)은 남의 것이라 하기도 하고, 양면의 칼이라고도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지식을 남을 위하여 쓰면 약이 되고, 남을 치거나 속이는데 쓰면 독이 되기 때문에 양날의 칼이라는 뜻이다. 왜 이럴까?

‘나’는 ‘나의 내면세계를 잘 관찰하고 보기 싫은 자를 인증하고부터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행동하면 된다. 그러나 ‘자아의 힘’이 약해서(혹은 남에게 인증받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중에 강해서, 이것을 정신분석치료에서는 ‘의존성’) 도저히 보기 싫은 자기를 인증하지 못하거나 남에게 사랑받고 인증받지 못하면 살아가기 힘든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여자들의 성형수술과 과도한 화장과 분에 넘치는 옷차림… 자기 인격 도야는 하지 않고 박사과정에 달라붙어 애를 쓰는 종교인이나, 남의 논문을 복사하는 교수, 거짓말을 식은 죽먹듯 하는 정치인, 거짓말을 예사로 하는 아버지, 학생을 차별대우하는 초,중,고등학교 교사, 정권의 시녀 노릇하는 판,검사와 경찰, 유치한 발언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대통령… 이런 사회현상들은 다 지식만 팔고 있는 교육과 인격도야를 목표로 하는 전인교육 부재 때문에 생긴 사회병이라 생각된다.

환언하면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이 반민족 특위의 해체로 인하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기회를 잃는 데부터 거슬러 올라가 다같이 생각해 볼 일이라 생각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