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당선자에게 바란다

2008-01-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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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거의 5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율로 선출되어 더한층 빛나는 승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온 국민은 드디어 10여년의 악몽에서 깨어나 활기차고 보람되게 발전하는 앞으로의 5년이 기다리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부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무능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감히 몇 가지 부탁을 제안하고자 한다.이 당선자는 작고 강한 정부를 공약한 대로 총 18부 4처에서 13부 2처로 조직을 대폭 축소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700만 해외동포의 권익을 위해서 일해줄 부서는 그 어디에도 눈 비비고 봐도 없다. 적어도 재외동포 문제를 전담할 부서 하나쯤은 있어야 옳지 않을까?


국제화 시대에 있어 해외동포들의 역할은 한없이 막중하다. 때문에 재외동포 문제만을 총괄, 전담할 새로운 형태의 독립기구는 꼭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재외교민청’이라든가 ‘해외동포청’ 같은 전담부서를 두고 실무자는 고국이 아닌 해외동포들 중에서 덕망있고 유능한 인사들을 초빙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그들로 하여금 재외동포 문제를 맡겨 해결하도록 해야 할 줄로 안다. 때문에 이 부서만은 논공행상에서 반드시 제외되어야만 한다. 이 점을 신중히 심사숙고 해 주기 바란다.

또 폐지되는 통일부의 기능을 외교부로 종속시켰다고 하는데 사실 현재의 통일부는 시종일관 종북(從北)정책으로 일관해 온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협상도 늘 눈치협상이었고(참고로 남북 국방장관회담은 제외) 퍼주기에 대해 달라는대로 더 주어도 그래도 남는 장사라며 퍼주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없애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또 한편으론 그래도 통일부라는 하나의 독립된 부서가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평화(?) 무드가 조성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므로 통일부를 존속시키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 고 본다. 통일부를 없애기 보다는 차라리 목에 힘이나 주고 잡음만 일으키는 ‘평화통일자문회의’를 폐지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다.또 청와대도 3실 8수석에서 1실 7수석으로 대폭 축소, 요원을 현재의 533명에서 427명으로 줄인다고 하는데 인원만이 아니라 직급도 대폭 낮춰야 한다. 비서진은 책사로서, 그리고 심부름꾼으로서 책임을 다해야만 복마린이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고 제 2의 변양균 사건도 없어질 것이다. 또한 인수위는 마치 특권층인양 벌써부터 권력에 도취되어 있어 보이는데 이는 자중해야 할 일이다.

현재 이 당선자와 노대통령 사이가 별로인듯 해 보이는데 노대통령은 떠나는 마당에 부디 웃으면서 작별하기를 당부한다. 더 추가한다면 이상하게도 당선자들은 청와대 속에만 들어가면 사람이 변한다. 특히나 대통령
은 인의 장막에 가려 민심의 소재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당선자는 제발 이같은 우를 범하지 말고 몸소 현장 확인 정책을 견지해 나가기 바란다.또 이명박 당선자는 부디 현군이 되어줄 것을 간청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김영삼 정권 때 기대가 컸지만 IMF와 자식의 비리로 보답(?)했고, 김대중 정권 역시 석연치 않은 대북
송금과 자식들의 비리로 실망을 줬고, 현 정권 역시 기대가 컸지만 대북 퍼주기와 고위 공직자들의 각종 비리로 패당이 되고 말았다.

기대가 어그러지지 않으려면 실망이 커지고 그 실망이 쌓이면 증오로 변하고 그 증오는 표로 발산되게 마련이다.마지막으로 이 당선자는 꼭 언어 선별력을 길러 막말을 해서 본인의 인격은 물론 국격(國格)까지도 손상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대운하 사업은 독선과 고집으로 밀어부치지 말고 국민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결정하고 앞으로 부디 5년간의 재임동안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대통령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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