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살리는 말, 죽이는 말

2008-01-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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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요소 중에 하나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짐승들도 발성을 하지만 그 것을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세상이 문명화가 되고 나라마다 문화를 발전 계승시킬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말을 할 수 있음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말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형성되어 느낌과 정보를 주고받게 되어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였다고 한다. 그 말씀 속에 모든 창조의 에네르기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사탄은 창조주 앞에서 교만하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어둠의 골짜기로 떨어졌다. 이와같이 사람의 말도 일상생활에서 모든 것의 원인이 된다. 사람이 자신의 일상의 창조자라면 말이 그 창조의 도구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그 말 한마디에 따라 평화도 생기고, 희망과 힘도 생기고 기쁨이 있는 가하면, 말에 따라 분노와 분쟁, 고통의 원인이 되어 실패를 자초하기도 한다.


‘한 입으로 두 말 한다’고 하지만 말에는 선한 말과 악한 말의 두 성분이 있어 선한 말은 평화를 이끌어 내지만, 악한 말은 불화를 만들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말이 다 말은 아니다. 억지를 부리는 말, 이익만을 추구하는 말, 동문서답하는 말, 자기 방어용의 말, 헐뜯는 말, 비하하는 말, 비판하는 말, 거짓말, 부정하는 말, 막말, 귓속말 등등. 어떤 경우에는 바른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잘못 들었거나 잘못 이해해서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른 바 미스 커뮤니케이션(mis-communication)의 문제이다.

미스 커뮤니케이션은 가족 간에도 발생하고 친구간이나 회사에서도 발생하여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전쟁 중이나 긴박한 상황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와 같이 매스 미디어와 이동통신이 발달한 사회에서 ‘한 마디 말’의 능력은 가히 폭발적인 후 폭풍을 일으킬 수 있
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길을 가는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지구를 몇 바퀴 도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한 마디 말이라도 더욱 신중하게 조심해서 해야 할 것이다. 입에서 한번 나온 말은 접시의 물을 엎지른 것과 같이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 입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축복과 저주가 나오기 때문에 말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절감하게 된다. 지난 날 생각 없이 토해낸 숱한 말의 실수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럽다. 한 마디 말을 잘못 하여 내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지금부터라도 ‘살리는 말’만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남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고 기쁨을 주는 언어의 기술을 우리는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자식은 물론, 이웃과, 직장에서 하는 나의 말 한 마디가 분위기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영향력 있는 지도자나 책임 있는 사람들의 말은 더욱 큰 영향을 끼친다. 월 스트릿 세계은행장의 한마디 말은 주가를 하루아침에 폭등시키거나 폭락시키기도 한다. 한국의 대선 결과도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지도자의 ‘막말’로 인한 결과라고 보아도 틀림없다. 여당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도 참담하게 실패했다.

부정적인 말은 상대와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 긍정적인 말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과장되거나 허황된 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달변이 아니어도 말 속에 정직성과 성실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서도 인정을 받을 것이다. 한 언어학자는 “말은 정신의 집”이라고 하였다. 한 마디 말 속에 그 사람의 인격과 수준과 성격과 실력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아무리 미모의 여자라도 말을 함부로 내뱉는다면 아름다울 수가 없고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도 부정적인 용어만 사용한다면 소인배로 간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이제부터는‘말씀’이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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