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내가 살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2008-0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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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목회학 박사>

세상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러나 모두라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사전엔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라고 했지만 그건 망발이다. 아마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1세가 한 말인가 싶다. 그러나 그도 러시아에 패한 후 결국 나락의 길을 걸어 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가능이란 동물의 염색체를 발견한 후 클론, 즉 복제 양도 만들고 복제 소도 만들고 있다. 얼마 안 가면 복제인간도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있다. 피다. 사람이 피를 만든다면 그 때엔 세상이 아주 많이 변해 있을 것이다. 아직도 하늘은 사람, 즉 인간이 범접하지 못할 부문을 남겨 둔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인간이 피도 만들지 않을까.


인류역사는 그래 길지 않다. 지구와 태양의 나이가 45억년에서 50억년이라 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수 만 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와 태양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나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이룩해 놓은 문명은 수백억년의 나이를 지닌 우주를 넘나든다. 나노의 발명은 컴퓨터에 접합돼 마이크로 과학을 최첨단으로 이끌고 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해 기록해 온 것은 수 천 년에 불과하다. 현재처럼 과학이 발달된 것은 전기가 발명된 19세기 후반부터다. 그 후 20세기에 컴퓨터가 발명된 후 인류의 과학과 문명은 초고속으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결과는 하늘이 설 자리에 인간이 서서 전지전능을 외치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 못할 것이 없다고 자만한다.

그러나 인간은 한계를 갖고 있다. 나는 나 스스로 태어나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없는 일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다. 한 점의 착상으로부터 시작된 태아의 자라남은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했어도 그것을 따라 할 수 없다. 그건 자연의 몫이다. 하늘이 허락한 우주의 힘이다. 이미 한 점 안엔 한 사람으로 만들어질 모든 청사진이 기억돼 있다. 그 기억은 빅뱅과도 맞먹는다. 우주의 태어남이 한 점 빅뱅으로 시작됐다 함은 한 인간이 한 점 으로부터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다. 닭의 알은 달걀이다. 계란이다. 그 달걀은 어미닭으로부터 태어날 때 이미 모든 걸 기억한 채로 낳아진다. 달걀이 병아리가 되는 과정은 인간, 즉 사람이 할 수 없는 하늘만이 할 수 있는 과정 그 자체다. 신비다. 경이다.

또 하나 인간의 할 수 없는 일중 하나는 천년만년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영원한 생명은 없다. 이 같은 점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에 부합되는 공통된 점이다. 어느 때가 되면 죽지 않는 목숨은 없다. 생명이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 해도 수만, 수 십 만년이 흐르면 그 바위는 퇴색해 모래처럼 변하는 것이 자연 풍상의 과정이다.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함은 인간이 가진 한계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다. 거역할 수 없다. 한 번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 하늘이 내린 자연의 흐름이다. 그 죽음이란 하늘로 혹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현대 과학으로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영혼의 문제와 마음의 문제 또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잘 들어내 는 것 중 하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일상사다. 일찍 일어나는 것. 음식을 조금씩 먹는 것. 나쁜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것. 돈을 낭비하지 않는 것. 불행한 이웃을 위해 헌금하는 것.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돕는 것. 저축하는 것. 가족을 사랑하는 것.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책을 많이
보는 것. 화를 내지 않는 것.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 등등.또 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믿음을 갖는 것.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 담배를 끊는 것. 운동을 하는 것. 불평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남의 흠보다는 칭찬거리를 찾는 것.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좌절하지 않고 굳세게 나가는 것. 돈을 꾸지 않는 것. 항상 웃는 것. 자식을 제대로 키우는 것. 꾀를 부리지 않는 것. 공부 열심히 하는 것 등등의 일상사다.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체나 회사 혹은 나라와 인류의 발전을 위한 대(大)를 위할 경우다.

그리고 역사의 이룸이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들려지는 아름다운 화음 등이다. 모두가 할 수 없는 일은 눈과 비를 내리게 할 수 없는 일 등의 하늘과 자연의 역사다. 불가능은 있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그 무엇도 있음에야. 그것은 하늘의 힘이다. 얼마 안 있어 사람은 피도 만들 것이다. 좋다. 다만, 문명이 인간을 망하게 하는 도구가 되지 않기를 바람 해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분별하여 모두 다 지혜롭게 살기를 간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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