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 관리(Self-care)

2008-01-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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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뉴욕가정상담소 카운슬러)

바쁜 현대인들은 직업, 학업, 가정 등으로부터 여러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신문이나 서점에서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자기관리 서적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큰 회사의 CEO, 유명 연예인, 사회의 주요 직책을 맡고있는 사람들의 자기 관리에 독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이나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어서 성공하였는지가 궁금해서일 것이다.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생활하고 있고, 자기 관리에 대한 이러한 관심 또한 자신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 같다. 어느 직업을 막론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상담하는 일을 하면서 갖게되는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좋은 상담을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자기 관리를 안 하거나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여성 내담자들의 경우, 이들이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갖는 책임감,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갖는 스트레스는 자기 관리에의 필요를 절감하게 한다. 어머니들은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데는 헌신적이면서도 자신을 돌보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어려운 살림에서도 자식의 과외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직장에서 지친 몸으로도 남편과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돌보아준다. 우리는 가정을 위해서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자기 관리보다 남을 돌보는 삶을 배우는 것 같다. 이러하다 보니 어머니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나 여유를 마련하지 못한다.
가정에서 뿐 아니라 학교나 종교를 통해서도 남을 돕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며 자란다. 자비와 사랑을 베풀라는 종교의 가르침도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남을 돌보는 것의 가치를 인식하게 한다.

인간의 이기심을 보완하고 승화하기 위한 이러한 가르침들이 균형을 잃었을 때는 자칫 잘못 받아들여지기도 하여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이기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여다 보는 것에 소홀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솔직하지 못하고 또한 이것을 표현할 기회가 적어서인지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를 적지않게 접하게 된다.

고사성어에 수신제가치국지본(修身齊家治國之本)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라는 뜻이다. 자신을 우선 잘 돌보아야 남도 잘 돌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비행기를 탑승하면 듣게되는 위급시의 안내방송 내용에서도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는 부모가 먼저 구명조끼를 입고 아이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도록 하고 있다. 내가 먼저 안전해야 남도 잘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나름대로 자기를 돌보는 장치를 마련하고 자신을 관리하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남을 돌볼 수가 없게 된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친구나 또래들과 어울려 ‘건강한 수다’를 떠는 것도 스트레스
를 줄이고 자기 관리를 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운동이나 명상, 요가, 목욕, 산책, 편안한 음악을 들으면서 긴장을 푸는 것도 유익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같은 직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직업에서 오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자기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변화해 보자. 과격한 변화를 시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나 스스로를 지금부터라도 조금만 존중하고 돌보도록 해 보자. 나를 위해서 특정한 시간을 마련하고 여유를 갖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살펴보고 무엇을 느끼지는지도 알아보는 연습을 시작해 보자. 그리고 표현을 해 보자.처음에는 나를 위한 행동이 어렵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자기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스트레스법을 실행하다 보면 익숙하게 될 것이다.
새해에는 더 아름답고 건강한 내가 되기 위하여 자신에게 투자를 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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