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어처구니 없는 한인가정의 참극

2008-01-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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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인 지난 10일 LA에서 발생한 한인 일가족 동반자살기도는 LA 뿐 아니라 뉴욕의 한인들에게도 충격을 준 끔찍한 사건이다. 50대의 한인가장이 부인과 딸에게 총격을 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다행히 부인과 딸은 부상만 당한 채 생명은 건졌다고 한다. 그런데 사건을 저지른 가장이 고 이민우 신민당 총재의 아들로 밝혀지고 사건의 발단이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이 가장은 9년 전부터 피자사업에 뛰어들어 사업을 성장시켜 4년 전에는 5개 이상의 피자가게를 운영했는데 그 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사업이 기울었다고 한다. 그는 사업확장 과정에서 많은 부채를 끌어 썼는데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부채를 갚지 못해서 빚 독촉에 시달려왔다는 것이다.이번 사건의 원인이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알려진 바와 같이 빚 독촉에 못이겨 가족이 모두 죽으려고 했다면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잘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되어 망할 수도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린다고 생명까지 끊는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이다. 더구나 가족까지 함께 죽이려고 한 것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인자살이다.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사는 동안 수많은 위기에 부딪칠 수 있다. 사업의 실패로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어 하루하루의 생활이 아득해질 수도 있고 이런 저런 이유로 가정이 풍비박산나거나 건강에 시련이 닥칠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맞게 되더라도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실패를 비관하여 자신의 생명을 끊거나 그 이유를 남의 탓으로 돌려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죄악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특히 경제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 경제가 더욱 악화되어 오래동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유지되었던 비즈니스가 파산하거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새해벽두에 발생한 한인가정의 참극을 교훈삼아 한인들은 모두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마음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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