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자년 새해를 맞으며

2008-01-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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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지나간 정해(丁亥)년은 다복(多福)과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황금돼지 해로 소망과 기복이 드는 해였다면 무자년(2008) 쥐띠의 전반적인 운세는 식복(食福)과 좋은 운명을 타고난다고 하는 해다. 구비전승(口碑傳承)이나 문헌에 의하면 몸 길이 15~23cm인 쥐의 원산지는 약 3,600만년 전 인도, 말레이 지방이며 유럽에는 12세기경 이주, 전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특이하게 뉴질랜드와 남극에는 살고있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세계에 1,800여종 8,000억 마리가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며, 쥐를 가리켜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지진, 화산, 산불, 홍수, 선박 사고, 붕괴사고 등)과 일년에 여러 번 번식하고 한번에 8~9마리까지 낳는 다산의 실력과 풍요의 상징은 물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끈끈하고 근면한 동물로 묘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에 뒤질새라 현재는 애완동물로까지 격상, 과대 미화하는 맹목적인 면도 없지 않다.이러한 사례 배경들을 들어 추앙하는 자들은 쥐가 12지 중 첫번째 동물로 채택되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반면 쥐는 잡식성 동물로 먹이가 주로 곡물을 비롯한 사람의 음식물이어서 빈국의 국민들에게
는 천적이 아니될 수 없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차없이 일망타진 대상이다. 아울러 피부가 흑자색으로 변하고 오한, 고열, 두통, 현기증 등 무서운 급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페스트 균을 가진 벼룩을 인체에 퍼뜨리는 유해한 동물이다.


그러나 무속신앙에서 쥐는 영물로 상징되는데 이유로는 미륵에게 불과 물의 근원을 가르쳐 주고 세상의 곡물 뒤주를 차지할 권리를 얻었다고 하고, 옛날 어느 고승이 흰 쥐로 둔갑, 적진으로 잠입해 활과 화살을 갉아 적을 물리쳤다는 설화가 있으며, 손톱 발톱을 깎은 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금기도 있었다고 한다. 흰 여우의 둔갑 전설과 같이 쥐가 이것들을 주워먹고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신화같은 전설이 내려옴에서다. ‘쥐가 소금 나르듯 한다’처럼 부지런함의 평가도 있지만 도둑질하는 행위나 약삭빠른 짓을 빗대어(쥐새끼처럼) 말하는 속담등이 많다.이렇듯 12지에 얽힌 속담 중 개, 호랑이, 말, 돼지, 다음으로 쥐에 관련된 것만도 30여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리 유익한 동물이거나 각종 설화에 나온 것처럼 영물이 분명 아님을 밝혀둔다.

6.25 한국전쟁 후 50~60년대 보릿고개로 굶고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때 서생원(쥐)들이 도처에 몰려다니면서 곡물을 축내어 약탈하듯 하고 있어 가가호호는 물론 정부관계부처(내무,농림)들도 전국민 쥐잡기 운동을 연중 계속했음을 기억하는데 그 시절 어머니들은 보리밥이나 고구마를 찐 후 뭉개어 가루 쥐약을 섞어 부엌 여기 저기나 광에 쥐가 다니는 길목에 만든 쥐약을 놓아두기도 했으며 초.중학교 방학 때는 학생들에게 쥐를 잡아오도록 하는(꼬리 제출) 숙제가 학교 중요 행사여서 이에 온 집안식구가 동원되어 쥐잡기에 동참했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많이 잡아오는 차례대로 표창장과 부상이 만만치 않았으니 집안의 쥐를 박멸, 청결케 하고 각종 곡식 손실을 방지하며 상품까지 받으니 일석삼조가 된 셈이었다.이러한 쥐의 해 정초, 의례히 만나는 사람들까지도 복 많이 받고 돈 많이 벌라는 덕담을 주고받는 인사가 예외는 아니었다. 남녀노소 매년 재탕(반복)이지만 기복주의에 포로가 되어서인지 일변 듣기에는 싫지 않는 말로 들린다고들 한다. 그러나 무속인들의 전매 용어인 복채의 파생상품인 듯 한 ‘복,복,복’ ‘돈,돈,돈’ 하는 것이 다소 천박스럽게 들림이 필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국가 경쟁력도 세계 10위권에 근접하고 국민소득도 2만 달러가 넘어 선진국 국민 수준이니 이들처럼 ‘건강하세요’ 또는 ‘성공하세요(Good Luck Happy New Year 등)’로 새해 인사의 패턴을 바꿔 과거 저소득 시대 기복에 사로잡힌 노예에서 벗어나 문명, 선진, 글로벌시대의 새 한국인이 위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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