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의 자서’

2026-04-07 (화) 12:00:00 박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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홑매 겹매서껀 만첩매가 다 피어도
정작 너 아니 오면 그 죄다 헛것인 봄
오는 비 한 사날 두고 울먹이다 갈지라도
이생이 아니라면 그래 어느 생이더뇨
한철 봄 여의도록 적막에 불 켜지 못해
허기진 낱낱의 꽃잎들 저리 분분한 것을

‘봄의 자서’ -박기섭

죄다 헛것이라니요. 봄나무들 당신을 만나러 삼동을 건너왔는데요. 소한 대한 지나도록 꽃눈 잎눈 지켜왔는데요. 하루 한나절 서두르려다 꽃샘추위에 얼기도 했는데요. 오직 당신이 기다리는 ‘너’ 하나 안 왔다고 자명한 봄을 부인하시다니요. 어쩌면 당신은 가장 사치스러운 봄을 꿈꾸고 있군요. 만화방창한 이 봄을 절절한 그리움의 배경으로 잘도 사용하고 계시는군요. 당신께 바람맞은 봄꽃들 바람 따라 떠납니다. 밉기도 밉지만 목마를 때 군침 삼키시라고 시디신 열매 남겨놓아요. [시인 반칠환]

<박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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