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2026-04-14 (화) 12:00:00
도종환
썩어가는 것들과 맞서면서
여전히 하얗게 반짝일 수는 없다
부패하는 살들 속에서
부패를 끌어안고 버티는 동안
날카로운 흰빛은 퇴색하고
비린내는 내 몸을 덮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저게 무슨 소금이야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경전은 거룩하게 기록했으나
이승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비린내 나는 세상을 끌어안고 버티는 일
버티다 녹아 없어지는 일
오늘도 몸은 녹아내려
옛 모습 지워지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은 저게 무슨 소금이야 한다
‘소금’ 도종환
흰 소금이 검게 물든들 짠맛이야 사라지겠습니까, 비린내가 밴들 소금 맛이야 지워지겠습니까. ‘저게 무슨 소금이야’하는 사람들은 부패와 한편이거나 장맛을 모르는 사람들이겠지요. 간장 된장에 스미어 흰빛을 잃었다고 누가 소금을 잊겠습니까. 빛깔을 잃고 녹으면 녹을수록, 지워지면 지워질수록 깊어지는 장맛 같은 당신과 우리들. [시인 반칠환]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