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키스마크’

2026-04-21 (화) 12:00:00 최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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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스무 살이 다시 온다면
물방울 원피스 입고 면회 가고 싶어
꽃봉오리 부푸는 벚나무 터널 아래
제복의 연두빛 청년을 만나
아직 처녀인 가늘고 긴 목에,
첫 입술자국 받아 찍을 수 있을까
철없이 쇄골은 수줍어 눈부시고
입술과 몸은 떨고 있지만
문을 열기에는 너무 이른 계절
몸보다 그리움이 더 애틋해
바다의 심장이 다녀간 검푸른 자리
서툴고 풋풋한 청춘의 멍 자국
리본처럼 하얀 손수건 둘러 감추고
아무도 모르게 머나먼 스무 살
분홍의 국경선 다녀갈 수 있을까

‘키스마크’ - 최정란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온 국토가 벚나무 터널로 뒤덮이고 있다. 분홍의 국경선이 산과 들을 가르고 있다. 연두와 초록의 제복이 산을 물들이고 있다. 한때 벚꽃은 왜색의 상징으로 꺼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꽃나무에 사람의 국경을 적용하지는 않는 듯하다. 제주도가 원산인 왕벚나무가 발견된 탓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문화적 자존감을 회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선가 분홍 꽃잎이 바다의 심장에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대개 이룰 수 없는 꿈이 더 아름답다. [시인 반칠환]

<최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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