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부’

2026-03-17 (화) 12:00:00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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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중략)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공부’ 김사인

덕분에 주문 하나를 새로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다 공부지요’, 다섯 음절이 지닌 힘을 생각해 봅니다. 어느 시인의 시 구절로도 알려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도 위안을 주었었는데 세 음절이나 절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뿐인가요?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되다니요. 언제부턴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다 잘될 거야(하쿠나 마타나)’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올해엔 한층 격조 높은 우리말 주문을 마음에 담아 봅니다. ‘다 공부지요’ [시인 반칠환]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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