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숲속의 의자’

2026-05-05 (화) 12:00:00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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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숲속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가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산이 쉬었다 가고


어떤 날은 바람과 나무가

어떤 날은 고요가 앉아 있기도 했는데

많은 날을 저 자신이 앉아 있었다

‘숲속의 의자’ - 이상국

외로움뿐인 줄 알았다. 기다림뿐인 줄 알았다. 비어 있는 의자는 그저 쓸쓸할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먼지가 쌓이거나, 이끼가 끼거나, 비에 젖거나 할 때 내부에 출렁이는 것이 슬픔뿐인 줄 알았다. 바람이 앉기도 하고, 고요가 앉기도 한다니 비어 있는 날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산속에 숲이 있고, 숲속에 의자가 있을 것인데 산이 의자에 앉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한시도 저 혼자인 적이 없을 터인데도 많은 날을 저 자신으로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를 받아주면서도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공자, 맹자, 장자 다음에 의자를 불러보았다. [시인 반칠환]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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