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황혼(黃昏)

2023-07-14 (금) 박치우/복식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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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어느 때가 좋고 나쁘다는 이야기보다 때에 따라 대처하여야 되는,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하여야 되는지를 생각하고 사는 것이 옳은 생각 같다.
세상 법(法)이라고 하는 한 가르침에 ‘일즉일체다즉일(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는 것을 살수록 깨달아야 한다.

지난주에 방송에서 어느 남성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 내용이 여느 노래와 달리 가슴에 와 닿아 곡명을 보니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고 한다. 김광석의 노래라고 하기에 더 찾아보니 이 노래가 인생의 여정과 황혼의 회한을 담은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곡과 가사가 숱한 시청자를 가슴으로 흐느끼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노래는 실은 가수 겸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작곡 작사한 것이라고 밝힌다.

가수 김목경이 6년간의 영국 유학시 숙소 옆집에 영국인 노부부가 살았다. 한 달에 한 번쯤 방문하는 아들과 손자를 배웅하고 나서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현관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창문 밖으로 가끔 내다보며 부모님 생각이 났다고 한다. 향수병에 걸렸을 때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이하 생략)”

곡목을 ‘황혼’으로 바꿨으면, 한국에서는 ‘황혼’ 하면 꼭 인생 끝을 연상시키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웃 나라의 노래 가사도 있지만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의 황혼이 아름다워서 쳐다보게 되지 않나, 해가 지면 직장에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식구들과 저녁을 맛있게 먹고 푹 쉬지 않나, 그리고 자고 내일 희망의 아침을 맞는다. 어떤 일이나 느낌은 대체로 누구에게나 같다. 인생 노후 다시 생각할 것 중에 늙었다고 끝이 아닌 것이 기운만 젊은 시절과 다를 뿐 정신은 그대로 맑지 않나 한다.

인생 노후에는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 사랑이 망가져서 잘 살아왔던 인생이 참혹해지는 수가 있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면 남편이나 아내를 먼저 떠내 보내고 외로워지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건강으로 청각 또는 시각장애로 인해 부부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각 장애로 언성을 높이면 화를 내는 줄로 오해를 하고 사이가 차차 멀어지면서 사소한 문제를 갖고도 싸움이 잦아진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상대가 가엾게 느껴질 때는 웬만한 잘못 같은 것은 포용하게 되고 오히려 먼저 슬퍼서 눈물까지 날 때도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사랑이 다시 싹이 트기도 한다고들 한다.

이렇게 상대가 가엾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이 노래 가사도 황혼을 새삼 깨닿고 슬프게 느끼게 하여 다시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박치우/복식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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