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카르텔

2023-05-1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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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관련 뉴스에서 이따금 마약 카르텔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정치인이나 시장이 마약 조직에 의해 살해된 기사를 보게 된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남미를 통해 미국에 유통되는 코카인이나 헤로인 거의 전부에 관여한다고 한다.

카르텔의 본뜻은 '서로 적대시하는 국가들 사이에 체결된 조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건너오며 '서로 다른 무리들이 공동 목표를 위해 구성한 연합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제 카르텔은 기업 활동에서 사용하는 경우,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서로간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짜고 정해놓는 행위로 미국이나 한국같은 선진국에서는 자유경쟁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거래로 간주한다.


하지만 멕시코의 경우 카르텔하면 마약독과점 체제를 말하며, 이 또한 너무니 당연한 불법이다. 한 카르텔은 2015년 할리스코주를 습격해 경찰관 1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CJNG라는 카르텔은 전국 보스를 목표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멕시코시티 치안장관의 암살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수십년간 멕시코정부의 묵인하에 미국인의 삶을 파괴한 세력이었다. 멕시코가 국경통제를 제대로 했다면 미국에 유통되는 마약이 지금처럼 창궐할 수 있었을까.

카르텔의 잔혹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대낮에 정부군과 마약 카르텔간 총격전으로 군 당국이 한 마약 카르텔 두목을 체포하면 그 카르텔 갱단의 보복으로 공무원들의 가족이 납치되거나 살해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역사는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지역 도시에 경제 붐이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멕시코 농산물이 육로로 미국으로 운송되는 유일한 길이 텍사스 국경지대였다.

통행량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다보니 국경의 검문검색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고, 뇌물까지 오고 가다보니 불법이 판을 쳤다. 오죽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지시하고, 멕시코 대통령에게 ‘마약과의 전쟁’을 제대로 수행하라는 압력을 넣었을까.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이제 글로벌화 되어 한국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얼마전 부산항 컨테이너에서 1900억원 상당의 멕시코 코카인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장벽 설치에 소홀하다보니, 텍사스주지사가 불법 이민자 차단을 위해 멕시코와 접한 국경 지대에 컨테이너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텍사스 주 정부는 주방위군을 동원해 컨테이너 장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텍사스 국경 수비대만으로는 일년에 수백만명의 불법이민자 행렬을 막기는 어려워 텍사스의 대응에 바이든 행정부도 1500명의 군인을 멕시코 국경에 파병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제는 코로나19 방역 명분으로 실시됐던 ‘불법입국자 즉각 추방’ 정책이 11일 종료되면서 불법 입국자가 급증할 조짐이어서 수만명의 인력 배치 등 대책 마련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제 카르텔의 힘은 더 이상 국가가 제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고, 힘없는 일반 미국인들은 쇼핑몰같은 공공장소에서 언제든 희생자가 될 수 있는 입장이다.

카르텔이 완벽하게 제어되지 않는 한, 정당방위를 위해 총기소지가 필요한 텍사스 주민들의 자유를 규제한다는 방안은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번 텍사스 쇼핑몰 총기난사 사건으로 안타깝게도 어린 아들 포함, 세 명의 한인 가족이 희생자가 되었다.

텍사스가 점점 계속된 불법이민자들과 카르텔의 횡포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멕시코는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치안공백 상태이다. 만일 미 최남부 국경지대인 텍사스가 카르텔의 영향력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리게 된다면… 아마도 미 전역이 멕시코 같은 3류 국가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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