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 바이든과 세계패권전략

2023-04-28 (금)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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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달러가 세계 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단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은행도 무역대금 결제로 위안화 대출을 시행했다. 더욱이 러시아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대금을 위안화로 지급받았다.

전 세계 149개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의 통화별 구성을 보면 달러가 2016년 말 65.75%에서 2022년 말 58.38%로 대폭 하락했다. 반면 위안화는 1.08%에서 2.69%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달러의 위세에 도전장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순간 위안화가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전 세계를 움직이는 국가경쟁력의 최우선 순위는 경제이다. 군사력은 한 수 아래이다. 핵무기 보유에서 미국을 능가하며 냉전시대 미소갈등의 주역이었던 구소련은 경제정책의 실패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급부상하며 미중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도 역시 막강한 경제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가의 공산품 수출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인 중국은 전세계 1위의 외환 보유국이 되었다. 2008년 발 금융위기를 겪는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된 것이다.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안보협력으로 우회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을 선거 당시부터 시사했다. 표면적으로는 유화정책인 듯하나 실제로는 동맹국들을 연합해 새로운 패권구도를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자주의와 포괄적 동맹을 표방하는 커드(Quad)와 오커드(AUKUS) 등을 동원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며 신냉전 시대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바이든은 중국 봉쇄작전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을 방패막이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고 사드배치를 정상화 한 것은 물론 일본의 재무장 보통국가화를 고무했다. 또한 한·미·일 군사합동작전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에 편입시켰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패권구도를 새롭게 다지고 있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한국에 더욱 많은 것들을 요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사지원은 물론 한국 반도체산업의 기술탈취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동북아 안보를 빌미로 한·미·일 군사동맹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대비하는 것이다. 전례없이 한·미·일 군사합동 훈련을 독도 근처에서 한 것도 중국이 대만 침공시 한국군과 일본군의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범위는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한반도는 한미동맹이라는 허울 속에서 바이든의 세계패권전략의 희생타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외교의 단절마저 불사한다. 북한의 핵무장과 군사 지원을 언급하며 동북아 안보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 침공시 한국이 파병하게 되면 중국과도 완전히 적대관계로 돌변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산업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과의 전세계 무역량은 압도적으로 1위다. 러시아와도 중요한 경제협력적 외교관계를 유지해 왔다.


결국 바이든의 세계패권전략에 휘말려 든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또한 바이든은 일본을 동원해 한국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여전히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본거지인 일본과 그 하부구조인 한국을 상대로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바이든의 세계패권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윤석열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국익에 관하여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퍼주기만 할 것이다. 동맹을 훼손하는 도청에 대한 조사와 처벌에 대한 요구는 고사하고 IRA에서 한국기업의 배제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동맹을 포장한 바이든의 입맛에 맞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결국 한국은 바이든이 주도하는 세계패권전략에 끌려 다니며 일본에 이용당하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며 동북아에서 철저하게 고립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폭망하고 제2의 IMF사태를 맞게 되면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미국이 변함없이 전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서 잠재력을 갖는 것은 방대한 영토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오로지 수출과 기술개발에 의존하는 열악한 환경을 갖고 있다. 잘못된 외교로 수출의 길이 끊어지고 기술을 빼앗기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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