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왜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나

2023-04-26 (수) 최원철/전 뉴욕한인수산인협회 회장
크게 작게
나는 20년 전 미국에 이민와 수산업에 종사하면서 보람된 이민생활을 하고 있다. 남들이 잠든 새벽 시간 풀톤 어시장을 매일 찾으면서 팔딱 팔딱 뛰는 신선한 생선을 구입해 생선을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열심히 공급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 제도가 다른 미국에서 이처럼 보람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우리에게 힘이 되는 상징적인 울타리, 뉴욕한인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한때 업계 단체장을 맡고부터는 이런 생각이 더욱 강렬하게 작용했다. 한인회를 중심으로 직능단체의 연결고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나의 생각을 무너뜨리는 일이 뉴욕한인회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제38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현 찰스 윤 한인회장과 몇몇 이사들이 선거 절차를 맡아 너무나도 불공정하고 너무나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회에서 2년이상 임원, 유급직원, 또는 이사로 일한 경력을 요구하는 출마 후보 자격 조항에 본래 봉사자를 포함하는 ‘등’ 자를 삭제, 출마자격을 대폭 제한해 무리수를 두어 한인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이에 한인사회 여론이 들끓자 문제의 독소조항을 개정해 다시 선거를 치르겠다는 합의안을 내걸더니 차일피일 미루면서 또 다른 잡음과 불화를 조성했다. 급기야 오는 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고 한인사회를 다시 우롱하고 있다. 이러한 파행은 38대 선거 과정에서 벌써 세 번째다.

문제는 찰스 윤 회장이 임기 만료일인 4월30일 총회 개최를 발표하며 이날 안건으로 회장 출마자격 조항 개정에 대한 가부를 묻는다는 것이고, 만일 부결되면 원래 자격 조항대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미이니 이는 결국 자신들이 본래 내세웠던 진 강 후보를 다시 회장으로 선출하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출마자격 제한은 반민주적이다.

대체 찰스 윤 회장은 왜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면서 계속 옳지 못한 방향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지 그 저의를 알고 싶다. 혹시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그동안 한인회 운영에 무슨 오점이 있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지금의 행보는 지난 3월1일 처음 자신이 발표한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처사이며, 50만 동포들을 우롱하는 행위이다. 무리하게 총회를 강행할 경우 한인들의 비난과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총회 장소를 일요일 예배후 많은 교인이 소속된 교회에서 개최한다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 혹시나 찬반 양측이 부딪쳐 무슨 불상사가 날까 두렵다. 그런데도 찰스 윤 회장은 이 계획을 무슨 이유로 했는지 그 또한 의구심을 품는 한인들이 많다. 예배후 끝나는 교인들을 대거 유입해 자신들의 안건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도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찰스 윤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더 이상 한인들을 기만하지 말라. 한인들이 바보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기만적으로 선출된 한인회장은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뉴욕 동포 및 단체의 협조와 성원도 받지 못할 것이다.

<최원철/전 뉴욕한인수산인협회 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