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낳은 정 키운 정

2023-04-25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낳은 정이 더 큰가 키운 정이 더 큰가”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메뉴로 사용되었다. 요즘은 인공수정에 의한 임신이 가능해져 대리모 같은 것은 사라졌다. 대리모들이 자기가 낳은 아기를 빼앗길 수 없다는 소송이 많았다. 열달 동안 나의 뱃속에 있었다는 애착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강력한 것이라고 한다.

뉴저지에서 대리모 노릇을 한 와이트헤드 씨는 아기를 낳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 아이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리 산모라도 열달 동안 내 뱃속에 있던 아이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구약 성경에 지혜의 왕이라는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나온다. 두 여자가 한 아기를 놓고 제각기 자기의 아이라고 주장한다. 솔로몬은 아이를 재판정에 불러놓고 “내가 이 아이를 이 자리에서 둘로 잘라서 절반씩 주겠노라”하고 말하니까 진짜 엄마가 얼른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하고 말해 솔로몬이 친모를 알아냈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에서 갖는 진실의 열매이다. 깊은 사랑의 결과이므로 모든 아이는 거룩한 생명이라고 말해야 한다. 아이를 갖는 것을 대를 잇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하면 안된다.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기는 릴레이 경주와 같은 것이 아니다. 생명의 승계라는 거룩한 행위이다.

“셋째 년은 실수로 생긴 거예요”하고 얼굴도 붉히지 않고 말하는 어떤 엄마를 보았다. 생명의 탄생에 대한 잘못된 생각인 것이다.
모태는 도구가 아니라 사랑이 여물고 꽃을 피우는 밀실이다. 돈 받고 쉽게 빌려주는 전셋방과 같은 것이 아니다. 부부 사이의 깊은 사랑 뒤에 오는 신성한 열매가 아기이다.

아기는 남자와 여자의 생식 기관을 통하여 태어나지만 하나님이 주신 귀중한 생명이다. 우리 부부에게 그 생육을 맡기셨으니 감사하게 잘 키워 한 생명을 통한 하나님의 뜻을 이룩하여야 한다.

뉴욕에 정말 훌륭한 의사 내외가 있다. 샤론과 오퍼 레비 내외이다. 그들은 모두 소아과 의사이며 맨하탄 남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산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도와주며 산다. 강간 당하고 병원에 있는 소녀, 알콜중독자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으며 사회의 반항아가 된 소년, 등 레비 내외는 불행한 아이들을 위하여 뛰어다니는 천사들이다.

아이들 교육을 학교가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성교육면에서는 부모의 책임이 크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 제1조는 이렇게 되어있다. “어린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나야 한다.”어린이라는 꿈나무의 토양은 따뜻한 가정이다. 싸우는 가정, 억압적 분위기의 가정, 싸늘한 가정에서 내일의 꿈나무가 자랄 수는 없다.

어린이 헌장 제8조는 이렇게 되어있다.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어린이 헌장이 제정된 1957년과 현재와는 해로운 사회 환경이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동남 아시아에 붐비는 소녀 창녀와 인신매매의 비참한 환경을 보도한 바가 있다. 한국에서는 중학생들의 학원 폭력을 보도하였다. 아이들을 탓할 것이 아니다. 그 뿌리는 어른들의 잘못이고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 등 결국 어른들의 잘못이다.

예수는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마태복음 19:14)고 선언하셨다. 예수 주변에 아이들이 많이 따라오는 것을 제자들이 제어하려고 하자 예수는 아이들을 환영한 것이다. 예수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예수가 아이들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