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꾸준한 발걸음으로

2023-04-18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나는 얼마동안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였다. 놀라운 것은 선생님들 중 교사 생활을 20년쯤 한 사람은 아주 흔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꾸준하다. 수입도 적은 직업인데 20년, 30년 꾸준히 계속한다. 가르치는 것도 같은 과목을 계속하는 지루한 일인데 정말 놀랍다.

내가 목회하던 교회의 교인 중 두 사람이 세탁소를 30년 동안 경영하고 있다. 본인은 웃으면서 “다른 일은 배운 것이 없으니까요”하고 말하지만 세탁소를 30년 계속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거다. 그렇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들이다.

필자도 꽤 꾸준히 노력하였다. 대학 4년, 교육학 석사 2년, 신학 석사 2년, 신학박사 과정 3년, 지겹게 학교에 다녔다. 나의 젊음은 공부하는 것으로 지낸 것이다. 글 쓰는 생활도 동화로 시작하여 수필 방송극 신문 칼럼 등 계속 썼다. 꾸준한 계속이 중요하다. 무엇이나 마라톤 같다.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대원군이 나의 고향인 황해도 사람을 가리켜 석전경우(石田耕牛)라고 표현하였다. 돌밭을 가는 소라는 뜻이다. 힘든 일도 꾸준히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도 그 체질을 이어받았는지 무엇을 하나 꾸준히 한다.

뉴욕 맨하탄에 명물이 있다 조셉 조렌티노 씨이다. 그는 최고급 호텔인 프라자 호텔에서 53년 동안 근속하였다. 결근은 사흘뿐이었다고 한다. 그의 일은 도어맨(문지기)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고 가는 손님들에게 공손히 인사드리고 짐을 들어준다. 이런 단순한 일을 박봉을 받고 53년 동안 했다니 정말 놀랍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시는 손님마다 예수님이 우리 호텔을 방문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 맞이하듯 공손히 최선을 다하여 그를 섬기는 것이지요." 자기의 일을 이런 정신으로 한다면 성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영국 어느 고등학교에 아주 형편없는 학생이 있었다. 성적은 꼬리부터 세 번째이고 심한 장난꾸러기이고 얼굴이 아주 못 생긴 놈이다. 담임교사가 학생카드에 “가망 없는 녀석. 장래가 걱정된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무엇을 하면 꾸준히 한다는 장점은 있다”고 적었다.

별명이 ‘당근 대가리' 였는데 머리통이 유난히 크고 붉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쓸모없이 보이던 소년이 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다스린 윈스턴 처칠이 된 것이다. 처칠 경이 남긴 유명한 연설이 있다.

소위 ‘1분 연설’이란 연설이다.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서 1분 동안 연설하고 단에서 내려왔다. “여러분 포기하지 마셔요. 포기하지 마셔요. 절대 포기하면 안됩니다.” 그것이 졸업식 연설의 전부였다.

그러나 졸업생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말을 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한 윈스턴 처칠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성적이나 행동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말썽꾸러기가 위대한 인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두뇌가 떨어져도 꾸준히 달리는 사람이 이긴다.

일본 어느 기차 정거장 광장에 개의 동상이 있다. 이 개는 주인이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어느 날 교통사고로 객사를 하였다. 그러나 이 개는 주인이 죽은 뒤에도 10년 동안이나 정거장에 가서 기다리다가 개도 늙어서 죽었다. 정말 꾸준한 개이다.

성공은 자기의 특징을 살려 꾸준히 달리면 오는 것이다. 인생 경주에서도 1등이냐 2등이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최선을 다하였느냐만이 문제가 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