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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신] 수고한 분들에게 위로와 휴식이 누려지시길!

2021-12-02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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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월, 한해의 황혼을 보며 연말이 다가옴을 느낍니다. 벽에 걸린 한국식 달력은 닷새 뒤가 대설절임을 알려주니, 아무튼 이곳에서도 눈이 크게 내리던지, 비라도 많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지난 소설절 이후, 기다리던 눈이나 비가 제대로 오지않아서 아쉬움이 큰데, 이러다가 다시 내년에도 가뭄이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3주 뒤에 동지가 지나면 바로 새해, 전해지는 이야기처럼 ‘검은 호랑이’가 상징인 임인년을 맞으면서, 코비드 팬데믹 상황아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친 정상회복의 더디었던 황소걸음을 마감하고, 이제는 모든 영역에서 날랜 흑호처럼 민첩하게 목표를 향한 전진과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기대해 봅니다.

이즈음,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서, 누구나 연초의 구상과 계획을 제대로 다 못이룬 아쉬움과 더불어 다소나마 보람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산승도 팬데믹 영향으로, 인도와 태국 등지의 출장이 무산된 아쉬움이 있지만, 고국 방문은 그런대로 이루어져, 지난 한글날을 즈음한 <법구경: 깨침의 노래> 출판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작년 봄부터 금년 여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 속에서 안거생활의 명상정진에 도움이 될 생각거리로 삼을 수 있도록, 매일 폐이스북에 법공양으로 올렸던 구절들을 정리하여 책을 냄으로서 오프라인 벗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차제에 연상되는 그 책의 제13장 “이세상 살림”의 한 귀절을 되새겨 봅니다. “지난 날 게으르고 잘못했어도, 지금은 뉘우치고 올바로 하면, 구름이 개인 뒤의 보름달같이, 세상을 밝혀주는 빛이 되리라 (법구제172).” 누구라도, 지난날에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허물들을 지었더라도, 그를 반성하고 뉘우치며 올바로 정리하고서, 새로운 살림살이를 꾸려나간다면, 이는 도리어 세상에 좋은 선례가 되고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깨우치는 말씀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금년 한해의 살림을 되돌아보면서, 만약 본의 아니게나마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어떤 과오가 있었다면, 형편대로 최선을 다해 말끔히 씻어내고, 온전히 새해를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할 때입니다.

이달 하순, 동지를 지내면서 많은 분들이 “성탄절”을 기립니다. 보통 그리스도교인들은 이날을 예수님 탄생일로 믿고 즐기지만, 그와 다른 종교인이나 비종교인들도 나름대로 이즈음에 주체적인 인식과 의미를 찾아 볼 줄 압니다. 불교인들은 ‘성탄’ 즉 성인의 탄생에 있어서, 진리를 깨달아 생사윤회의 고통을 벗어난 해탈도인을 성인으로 보고, 성도를 성탄으로 여길 수도 있음으로, 누구라도 수행정진하면 그 보람을 누릴 수 있다고 봅니다. 석존께서는, 모두가 붓다의 성품(佛性)을 갖추고 있으니, 제대로 수행하면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으므로, 이를 추구하면 스스로 성인이 될 수 있음이 분명합니다. 본래 갖추어진 지성과 덕성 및 감성을 계발하고 조화롭게 승화시켜서, 진선미를 모두 체화한 원만 인격을 이루어, 세상에 최상의 지혜와 무한한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신비스런 출생이나, 특정 부족 종교 전통의 이해관계에 따른 편협한 신앙의 대상에 한정되지 않고, 인류의 보편적이고 궁극적인 도리와 가치를 실현하는 분이 진정한 성인이겠지요.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삶으로 보여주신 모범을 본받아, 성실히 정진하면, 마침내 그분들과 비등한 삶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탄절을 내다보며, 각자의 삶 속에서 진리와 정의 및 평화를 실현해보려고 발원하고 노력하면서, 성인들께서 제시하신 생명평화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보람 누리기를 권장하고 기대하면서, 영적 문화유산을 새삼 되새기고 올바로 유지 전승함을 기립니다. 해넘이 앞에서, 긴 세월 열심히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휴식이 누려지시길!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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