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피 2~3잔 파킨슨병 위험 30% 감소… 4가지 예방법

2025-10-23 (목) 12:00:00 By Meer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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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노화·유전보다 환경이 원인… 87%는 예방 가능”

▶ ‘퍼크’ 사용 드라이클리닝·골프장 농약도 피해야
▶ 화학물질에 식수 노출 우려… 정수기 사용 권장

파킨슨병은 한때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신경 질환이 되었다. 지난 25년간 파킨슨병 환자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해 현재 850만 명에 달하며, 2050년에는 2,5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인 떨림, 근육 경직, 균형 및 협응 장애 등은 뇌의 운동 조절 부위인 기저핵(basal ganglia)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이 중 10~15%는 유전적 돌연변이와 관련되어 있지만, 나머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산발적(sporadic)’ 사례로 분류된다.

현재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은 존재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의 위험 요인 중 일부는 생활습관과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그중 일부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8년의 한 메타분석은 중등도에서 격렬한 운동이 파킨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고, 일부 연구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 위주의 건강한 식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위험 요인과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커피나 차를 마시기

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뻐할 만한 소식이다. 커피와 차를 마시는 습관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카페인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 작용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카페인이 산화 스트레스(체내 활성산소와 항산화제의 불균형으로 인한 세포 손상)를 줄이고 뇌 속 염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의 26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카페인 섭취량이 많을수록 파킨슨병 위험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효과는 커피, 차, 콜라, 초콜릿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다른 음료에서도 확인되었지만, 카페인이 제거된 디카페인 커피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의 엔킹 탄 교수는 “미국, 유럽, 아시아를 막론하고 커피나 차를 마시는 습관이 운동의 효과와 비슷하게 파킨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일관된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6~8온스(약 180~240ml)짜리 커피나 차를 2~3잔씩 10년간 마실 경우, 위험이 평균 25~30%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탄 교수가 2023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에 대한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이라도 커피나 차를 마시면 향후 발병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고 한다.

■ 드라이클리닝에 주의하기

드라이클리닝, 금속 세정, 가구 관리 등에 오래 사용되어 온 산업용 용제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은 발암물질로 분류되며, 생식 기관, 신경계, 면역계 손상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오염된 식수 등에서 높은 농도로 노출될 경우, TCE와 그 유사 화학물질인 퍼클로로에틸렌(PCE·‘퍼크’라고도 불림)이 파킨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방 환경보호청(EPA)은 대부분의 TCE와 PCE 사용을 금지했지만, 제조업체에는 최대 1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고, 드라이클리닝과 얼룩 제거용 PCE 사용은 최대 10년까지 허용되었다. 다만 올해 9월 EPA는 산업용 및 상업용 폐수 내 TCE 처리 금지 시한을 기존 2024년 9월 15일에서 2026년 12월 18일로 연기했다.


2023년의 획기적인 연구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미 해병대 캠프 레준 기지에서 TCE와 PCE에 오염된 물에 노출된 군인은, 깨끗한 물을 사용한 캘리포니아의 캠프 펜들턴 기지에 근무한 군인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70% 더 높았다.

약 8만5,000명의 해병 및 해군 인원 중 279명이 캠프 레준에서 파킨슨병에 걸린 반면, 펜들턴에서는 7만3,000여 명 중 151명만이 발병했다. 1953년부터 1987년까지 이 기지의 지하수는 누출된 저장탱크, 산업 유출, 폐기물 처리장, 외부 드라이클리닝 업체 등으로 인해 오염되었다.

1950년대 이후 드라이클리닝에서 TCE 대신 PCE가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PCE는 여전히 생분해 과정에서 TCE로 변할 수 있다. 로체스터대 신경학과 교수이자 ‘파킨슨의 플랜(The Parkinson’s Plan)’의 저자인 레이 도시는 “PCE를 사용하지 않는 세탁소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물과 생분해 세제를 사용하는 친환경 습식세탁(wet cleaning)을 하는 곳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도시 교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PCE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미국 전체 드라이클리닝 업체의 60~70%는 여전히 이를 사용한다”며 “만약 여러분의 세탁소가 PCE를 사용한다면, 세탁물을 받을 때 비닐을 벗기고,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옷을 환기시켜야 흡입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농약 피하기

수많은 연구에서 농약 노출과 파킨슨병 간의 관련성이 밝혀졌다. 2011년 캘리포니아 농업 지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지람(ziram), 마네브(maneb), 파라쿼트(paraquat) 등 세 가지 농약에 동시에 노출된 사람은 파킨슨병 위험이 세 배 증가했다.

지정 농약을 피한 유기농 농산물을 섭취할 경우, 단 며칠 만에 소변 내 농약 대사물질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원용 농약을 가끔 사용하는 수준이나 일반 농산물 섭취로 인한 낮은 농약 노출은 파킨슨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가능하다면 과일과 채소를 잘 씻거나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011년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UCLA 운동장애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 브론스타인 박사는 “농약 노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딸기처럼 오염이 더 심한 과일과 채소가 있다”며 “유기농이든 아니든, 반드시 잘 씻어서 먹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정수기 사용 고려하기

식수는 농약이나 산업용 화학물질(TCE 등)에 노출되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농지, 정원, 잔디밭 등에 뿌려진 농약은 지하수나 식수 공급원으로 스며들 수 있다. 2002년 미국의 1,255개 가정용 우물과 242개의 공공 상수도원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44%에서 산업용 용제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38%에서는 농약이 검출되었다.

골프장은 잔디 유지 관리를 위해 농약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주변 공기와 식수 모두를 오염시킬 수 있다. 도시와 동료 연구진은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 골프장 1마일 이내에 사는 사람이 6마일 이상 떨어진 사람보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또한 골프장이 있는 공공 수도 구역 주민은 없는 구역 주민보다 발병 위험이 거의 두 배 높았다. 2009년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과거 농약 사용이 기록된 지역의 개인용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이 파킨슨병 위험이 70~90% 높아졌다는 결과도 나왔다.

도시 교수는 “가정용 정수기를 사용해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다. 이는 집 전체에 설치하는 방식 또는 수도꼭지나 물병에 설치하는 방식 모두 가능하다. 활성탄 필터나 역삼투압 시스템이 농약 제거에 특히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시 교수는 “파킨슨병은 예방 가능한 질병이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미국인의 87%는 유전적 원인이 없다.” 며 “이 질병의 근원은 우리 몸 안이 아니라, 우리가 들이마시거나 섭취하는 화학물질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By Meer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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