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휴교령과 온라인수업

2020-03-30 (월) 민미영 / 고교교사
크게 작게
3월 10일, 마지막 교시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학교가 휴교될 거라고 했다. 기존의 온라인 앱을 다시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학교로부터는 아무 소식도 없이 미디어에서 먼저 발표된 실시간 뉴스였던 것이다. 수업을 마무리할 때쯤 드디어 휴교가 결정됐다는 학교 측 공지가 전해졌다. 학생들의 짧은 환호와 선생들의 우려가 겹치는 순간이었다.

휴교 이튿날, 아침 첫 교사 미팅에 몇몇 카운티 공무원들이 내방했다. COVID 19 확산에 대한 대비로 카운티 내 모든 학교의 휴교가 급하게 정해졌다며, 우리 학교가 카운티 내 공립고등학교 온라인 수업의 본보기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휴교 후 이틀 동안은 장기간 휴교에 대비하는 온라인 수업준비를 위한 워크샵이 있었고, 첫 2주간의 학습을 준비했다. 처음 실시하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매 과목마다 날짜 별로 폴더를 만들고, 그 안에 출석 체크, 수업 계획, 온라인 토론을 위한 인터넷 토론방을 만드는 실험 모델이 제시됐다.


이외에도 오디오와 짧은 시범 영상을 이용하는 수업도 추가되었다. 내가 가르치는 영상학과 학생들에게는 휴교 전에 수업에 필요한 아도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게 해주어 천만다행이었다.

드디어 필요한 교육 계획을 일부 마치고, 학교에 가서 원격 조정 온라인 첫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10분까지, 등교 시의 현장 수업과 동일하고, 각 과목은 30분씩 9교시로 진행된다. 그리고 여분의 시간은 학생들의 질의응답으로 쓰거나 선생들의 교과과정 준비 시간으로 쓰고 있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수업들은 일부 프로그램 과부하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 관리자, 교사를 비롯해 컴퓨터 전문가와 전 직원이 합심하여 이 총체적 난국을 헤쳐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합심해서 일하고 있다. 학부형들도 아이들을 격려하면서 자칫 온라인 수업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건강을 지키면서 생소한 수업을 잘 따라와 주기를 바란다.

<민미영 / 고교교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