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터리] 좋은 규제를 갖기 위해 해야 할 일

2026-03-12 (목) 12:00:00 김종문 한경대 석좌교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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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1위(2024년) vs OECD 20위(2023년)’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규제와 관련된 한국의 순위다. 1위는 규제관리제도의 수준을 평가하는 규제정책평가(iREG), 20위는 기업의 실제 규제 부담을 측정하는 상품규제지수(PMR)다.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의 규제 관리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국제 평가뿐만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하는 규제부담지수 역시 상승 추세다.

20여 년 동안 모든 정부가 규제 개혁을 강조해왔지만 새로운 규제는 계속 생겼고 기존 규제는 잘 바뀌지 않았다. 총론과 구호는 창대했으나 각론과 결과는 미미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단의 조치를 말한다. 그러나 갈등 해결 문화와 신중한 입법, 공무원의 태도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면 극적인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말하기보다 실현 가능한 규제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힌트는 OECD 순위에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관리제도를 갖고 있다. 규제합리화위원회, 규제영향분석, 규제신문고, 적극행정 면책, 규제일몰제, 규제비용관리제, 규제샌드박스, 규제특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데 있다. 이를 10년 이상 꾸준히 제대로 작동시킨다면 어떨까. 투자에만 복리의 마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규제 개혁도 누적 효과가 나타난다. 세계 1위의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한다면 향후 5년마다 발표되는 OECD 규제지수 순위 역시 2028년 15위, 2033년 10위, 2038년 1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쉬웠다면 지금의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정부들과 다르게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민간의 적극적인 요구와 참여다. 제도를 정부에만 맡기면 ‘작고 쉬운 개혁’에 집중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개혁’을 미루기 쉽다.

행정규제기본법 제17조는 누구나 기존 규제의 개선과 폐지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제 개선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기업과 시민이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좋은 규제는 선물이라기보다 전리품에 가깝다는 점을 잊지 말자.

현실적인 전술은 하나씩 합리화하는 접근이다. 칼 포퍼는 정부는 먼 미래의 고매한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지금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불행과 악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불편과 제한이 존재하는 규제를 혁파하는 일이야말로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일하는 방식은 기대감을 높인다.

최근 생중계되는 여러 회의에서 목격하듯 대통령과 공직자들이 구체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 점검하고 결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민간위원을 확대한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개편했고 대통령이 단독으로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엇을 바꾸느냐다. 의사 결정의 방향과 속도가 개선돼 규제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계와 경쟁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인은 경쟁국보다 좋은 규제를 가질 권리가 있다. 기업은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고 국민주권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규제를 합리화하는 공직자들을 보호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요구해야 할까. 규제 전문가와 기업인·학생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물을 앞으로 계속 제시하며 공감대를 넓혀가려 한다.

<김종문 한경대 석좌교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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