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9-05-11 (토)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크게 작게
항상 돈 때문에 문제이다. 평생 종교 지도자로 고결하게 살아왔는데도 그 놈의 돈때문에 지저분한 소리를 듣고 평생 쌓아 올린 이름에 때를 묻힌다. 정말 돈을 잘 다스려야 한다.

나는 한 때 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우리나라 가난한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부를 갖고 호화판으로 살아 가는 소수의 아주 나쁜 이들이라고 여겼다. 권력에 빌붙어 정직하지 못하게 쌓아 올린 돈이라고 봤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목숨을 걸고 독립을 위해 싸우는 동포도 있는데 식민지 앞잡이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살아 온 비겁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부동산 투자로 비정상적으로 벌어 들인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한번도 돈에 대한 욕심도 돈에 대한 바램도 없었다. 그러니 평생 큰 돈도 한번 만져본적도 없다. 이 나이가 되도록 부모님께 한번도 용돈을 드려본 적이 없고 돈을 크게 써본 적도 없다.


이 나이 되도록 내가 얼마나 모아 놓았나 하고 생각을 하면 은퇴연금으로 신부될 때부터 부어온 것이 얼마 될 뿐이다. 하지만 본당신부 생활을 하면서부터 돈이 중요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엇이든지 돈 없이 되는 일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돈에 깨끗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나에게 항상 반성이 되는 것은 내가 많은 경우 그리고 여전히 돈에 깨끗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돈만 보면 돈만 생각하면 이기적인 마음 투명치 못한 마음이 인다. 내것으로 만들려는 것 자꾸만 움켜 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신자들에게 배웠다. 신부님 어렵지만 볼리비아 미션을 가신다는데 하며 내 놓는 손에, 아들이 첫 봉급타서 용돈받은 돈을 하느님께 바친다는 손에서, 미국와서 지금까지 아껴온 돈이라며 좋은데 쓰라고 내놓는 손을 보았다. 그 손은 나의 신부 손보다도 더 거룩한 손이었다. 나도 못하는 일을 하는 거룩한 손이었다.

나도 그렇게 할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 올려고 노력을 했다. 이게 내 성당이지 하면서 신자들보다 더 앞장을 서서 내 놓을려고 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깨끗하지 못한 곳이 있다. 그 집착하는 마음까지 없앴을 때 아마 나는 거울처럼 투명해져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을 마구 받아들이는 은총의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