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평균주의의 함정’

2025-11-18 (화) 08:09:14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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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평균이라는 잣대가 인간을 졸졸 따라다닌다. 평균에 얼마나 근접한가, 또 평균을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는 가에 따라 인간은 평가를 당하며 살아간다. 학교에 다닐 때는 평균적인 학생의 성적과 비교돼 등수와 등급이 매겨지고, 대학에 지원하면 등급과 시험 성적이 지원자 평균치와 비교 당한다.

취업이 되고 나서도 연례 평가로 해당 직원 평균치와 대비돼 또다시 비교 당한다. 평균주의자들은 대체로 입학, 취직, 결혼의 통계를 사회적 현상에 대한 균일성의 증거로 내놓고 있다.

운명이 개인적으로 정해지기보다는 통계적 그룹의 일원으로서 배당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묵인할 경우 이 미신은 장차 인류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파멸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토드 로즈의 ‘The End of Everage' 중에서)


맥도날드는 정교한 평균화 전략으로 세계 패스트푸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빅맥과 감자튀김은 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 평균화 된 크기, 평균화 된 맛과 가격이 인스턴트의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뇌(번연계) 안으로 침투한다. 마침내 “또 먹고 싶다”는 보상회로를 중독 시킨다.

1981년 한국에 첫 맥도날드 매장을 오픈할 때 생긴 일이다. 프렌치 프라이의 원료인 아이다호 감자의 수입을 한국 정부가 허락하지 않으므로 제품 균등성의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산 감자는 길게 잘라 튀겨내기도 어렵고 맛이 미국 산과 균등하지 않았다.

미국 본사는 연인원 600여 명에 달하는 영양사, 조리사, 토양 전문가를 한국에 급파했다. 7년이 지난 후에야 연구진은 복합비료의 사용을 조절하므로 미국산 감자와 동일한 품질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밀도 높은 상품 균등성을 만들어 내려는 맥도날드 본사의 강한 관료적 정책으로 말미암아 국가 간의 통상, 외교문제가 야기되었다. 맥도날드의 경직된 균등화 정책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나오는 다리 자르기와 같아서 인간에게 까지 기계적 통제를 강제하는 비인격성을 만들어 내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독일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 논리 안에는 기계적인 평균화를 추구하는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와 비슷한 개념이 들어있다.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의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말했다.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은 그들 중 누가 무엇을 했기 때문에 죽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유대인이라는 범주화된 평균주의 정책의 결과로 어처구니없는 집단 학살을 당했다. 상업주의가 낳은 상품 평균주의와 홀로코스트의 인종 평균주의는 동일한 맥락으로 간주된다.”

당신은 리더인가. 비인격성 범주화를 추구하는 평균주의의 허상에 속지 말라. 우월감에 도취된 관료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기계적 획일주의에 동의하지 말라. 하나님의 부르심 안에서 그대만이 성취할 수 있는 창의적 인간상을 꿈꾸라. 의미와 가치를 폄하하는 관성의 궤도를 벗어나 도약하라. 영원한 진리를 붙잡은 자유인이 되라.

예수는 말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평균주의의 미신을 걷어차라. 그대의 삶 위에 뜨거운 사랑과 정체성을 부어주시는 예수와 동행(同行)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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