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지금⋯]미국 정치의 파산과 그 댓가

2025-11-18 (화) 08:02:11 김동찬/시민참여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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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임시예산안 통과로 43일 만에 공식 종료됐다. 그러나 이것은 해결이 아니라 일시 정지에 가깝다. 각 부처는 즉시 업무에 복귀했지만, 멈춰 있던 행정과 대국민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밀린 급여 지급, 복지 재개, 행정 처리 정상화 등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셧다운의 여파는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번 셧다운으로 90만 명 이상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또는 강제휴직을 겪었고, 저소득층 수백만 명이 의존하는 식량지원 프로그램인SNAP·WIC 등 핵심 복지 서비스가 줄거나 중단됐다.

항공안전, 국립공원, 농무부, 통계기관 등 필수 공공서비스 전반이 마비되면서 사실상 국가 기능이 멈춘 상태에 가까웠다. 경제적 손실도 심각했다.


셧다운이 4주만 지속돼도 70억~110억 달러, 8주면 최대 140억 달러의 타격이 발생한다는 분석은 셧다운이 ‘정치적 해프닝’이 아니라 실질적 경제 파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성장률 하락, 소비 위축, 신뢰도 붕괴는 그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해제가 내년 1월 30일까지 버티는 임시예산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쟁이 재점화되면 셧다운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본예산이 합의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은 의회 통과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확정되는데, 정치적 대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이 기본 절차조차 정상 작동하지 못한다.
유권자들은 매번 셧다운 사태를 통해 미국 정치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체감한다.

공무원과 취약계층이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고, 국가 운영이 정파적 대립의 인질이 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실망과 분노는 쌓여간다.
그럼에도 투표장에서는 각자의 가치와 경제, 복지, 이민, 안보 이슈에 따라 이념적으로 정당과 후보를 선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정치권의 불안정성을 교정하지 못할 때, 셧다운은 일상처럼 반복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셧다운은 저소득층에 훨씬 더 잔혹했다. SNAP과 WIC 지급이 주마다 달리 축소되거나 일부만 지급되었고, 예산이 정상화되더라도 43일치가 그대로 소급 보상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지급분이 완전히 보전된 적은 거의 없었다.

결국 저소득층 가정 상당수는 이미 생계 위기에 들어갔고, 복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 공백은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라도 당분간 메워야 할 것이다.

미국의 셧다운 문제는 본질적으로 ‘예산안 합의 실패’와 ‘정치적 대립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선택뿐이다. 정치가 국민 삶과 국가 경제를 벼랑으로 내모는 상황을 더는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념과 진영이 아니라 협상 능력, 책임성, 그리고 국가 운영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정당과 인물을 평가해야 한다.


셧다운은 정치가 만들어내는 재난이다. 이 재난을 매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누가 국가 운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누가 정쟁을 멈추게 할 수 있는지, 유권자가 더 날카롭게 검증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국의 셧다운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그리고 그 선택만이 이 반복을 끝낼 수 있다. 2026년은 바로 지금의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간선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욱 현명해져야 하는 유권자의 눈과 판단력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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