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님’자를 빼자

2008-03-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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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기독교 관련 사이트, 특히 그 중에서도 교회의 홈페이지를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표현법들을 대하게 된다. 담임목사에 관련된 표현을 할 때 ‘님’자를 붙이는 경우를 자주 대하게 된다.

게시판의 이름을 붙이면서 ‘담임목사님 소개’ ‘담임목사님 저서’ ‘담임목사님 칼럼’ ‘담임목사님 동정’ 등으로 게시판의 이름에 ‘님’자를 붙여놓은 교회의 홈페이지를 자주 대하게 된다. 웃기는 표현법이다.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담임목사 소개’ ‘담임목사 저서’ ‘담임목사 칼럼’ 담임목사 동정’으로 바꿔 써야 한다.


게시판의 이름은 홈페이지 개설자의 입장에서, 방문객을 존중하는 표현법을 사용하여 붙여야 한다. 웹사이트의 방문자는 연령에 제한이 없다. 어린 아이부터 연세가 높은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때문에 홈페이지에 설치되어 있는 게시판의 이름을 붙일 때는 ‘개설자를 낮추고 방문객을 높이는’ 표현법을 사용해야 한다.

교회의 홈페이지를 제외한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홈페이지에도 스스로를 높여 ‘님’자를 붙이는 경우는 없다. 중고등학교의 홈페이지에 ‘학교장 소개’라는 표현을 쓰지 ‘교장선생님 소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회사의 홈페이지에도 ‘회장 소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회장님 소개’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교회의 홈페이지는 그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만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라고 항변할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해당 교회의 교인이 아니면 아예 해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을 해놓아야 한다. 누구나 방문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고 ‘그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만을 위하여’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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