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새 봄, 새 출발

2008-03-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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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봄은 어김없이 또 왔다. 강추위가 지나가고 3월이 되니 곳곳에서 만물이 움트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입춘, 우수가 들어있는 2월을 지나 개구리도 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5일)이 벌써 지나갔고, 얼마 남지 않은 20일이 춘분(spring begins)으로 이날부터 낮 시간이 밤 보다 길어진다.

현재 우리가 쓰는 달력 그레고리우스 력(曆)은 근대에 들어서부터 세계 표준 캘린더로 쓰여지기 시작했으며, 그 이전의 중세와 고대 사회에서는 각기 다른 달력이 쓰여졌다. 그런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현재의 1월이 아닌 3월에 새해를 시작했다고 한다. 3월의 영어 명 MARCH는 고대 로마시대에 달력의 첫 번째 달인 Martius에서 왔으며, 전쟁의 신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는데 봄이 오면서 군사작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이나 중국을 비롯, 태음력을 쓰는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도 새해 설날이 오히려 3월에 가깝다. 러시아도 18세기까지 현재 3월을 새해 첫 달로 했다고 한다. 유대인의 첫 달도 3월부터 시작된다. 구약성경에 의하면 출애굽기의 행진을 시작한 달로 ‘니산 월’이라고 부르며 그 달 14일이 유월절이다. 비즈니스의 한해 결산을 하는 회계연도 ‘FY(Fiscal Year)’를 12월 말에 결산하거나 3월말에 결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것은 금융을 장악해온 유대인의 달력에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쨌든 움츠렸던 겨울이 지나고 3월이 와야 비로소 한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이다. 본국에서는 3월이 오면 학생들이 개학을 해 학교가 다시금 시끌벅적하고, 입학식과 더불어 어리둥절한 입학생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거리였다. 또 봄이 오면 거리마다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많아지면서 무엇보다 여성들의 옷차림이 화사해지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한결 경쾌해진다. 산과 들에는 추운 겨울 속에서 움츠렸던 모든 생물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소생하는 작업을 재개할 것이다. 싹을 틔우고 가지에 새로운 움을 트게 하는 자연의 순환을 다시 하면서 또 다시 초록색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도 불구, 그대로 겨울의 무거운 옷을 입거나 계속 겨울의 모든 것을 고집하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이처럼 세상은 변화하고 모든 주위의 상황이 바뀌는데 나의 것만 고집하고 나의 생각만 맞다고 우기는 건 명백한 억지이다. 그러므로 계절이 바뀌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배워야 한다. 모든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고립될 수밖에 없고, 변화하지 않는 가정이나 직장, 사회는 주위에 달라지는 상황이나 분위기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오래되면 결과는 개인이든, 공동체든 자멸이다.

특히 미국에 이민 와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의 경우 남의 나라에서 우리 것만 고집하고 산다면 우리는 여기서 하루도 편히 살 수 없다. 우리가 이 나라에 맞게 생활하고 이 나라의 법이나 제도에 맞추어 살아갈 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변화를 알리는 봄의 소리가 들리는데 우리는 여전히 겨울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 행동을 돌아보지는 않고 봄의 향연이나 누리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다. 화장이나 옷 색깔, 그리고 구두 등으로 봄의 기운을 느끼고 변화하려들기 보다는 나의 생활이나 사고방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바뀌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내 가정에서, 혹은 직장에서, 이웃과의 사이에서 내가 탈바꿈하지 않아 주위에 끼치는 해악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봄이란 변화, 또는 탈바꿈을 의미한다. 잘못된 사고나 행동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생각이나 행위로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일 때 우리 마음과 생활에 진정한 변화가 올 수 있지 않을까. 매년 이맘때만 되면 찾아오는 이 봄에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봄의 향연은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우선 시작되는 것이다. 비즈니스든, 공부든 무엇인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힘차게 행진(march)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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