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려되는 반이민 추세

2008-03-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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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방상원에 어처구니 없이 강경한 이민단속 법안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공화당 의원 10여명이 발의한 이 법안은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다 적발되는 단순 밀입국자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합법 이민자라도 단 1회의 음주운전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곧바로 무조건 추방한다는 내용이다. 이민자들을 내쫓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살벌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또 연방기관에서 영어 사용을 의무화 하고 이중언어 서비스를 금지하며 투표소의 이중언어 안내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불체자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발급 금지, 국토안보부에 불체자 단속권 부여, 일선 경찰에 불체자 단속권과 이민법 집행권 부여 등 발본색원하는 내용을 담
고 있다. 물론 불체자의 구제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없다.

이것은 참으로 현실을 무시하고 이성을 잃은 법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런 법안을 시행할 수 있을지, 또 이 법안을 시행한다면 미국이 어떻게 될지를 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입법과정에는 상하 양원이 있고 또 공화당과 민주당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공화당의 일부 반이민자들의 의도대로 입법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이 강경한 이민단속법안이 제출되고 있는 미국의 최근 반이민 기류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반이민 기류는 지난 해부터 계속 강화되어 올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전국적인 리얼 아이디 법안을 더욱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으며 이민세관단속국과 함께 불체자 고용주 단속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지난 달 뉴욕주 올바니 소재 연방법원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에 적발된 불체자 고용주와 매니저 등 5명에게 최대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올들어 각 주에서 잇달아 불체자 고용주 처벌과 일반 경찰에 불체자 단속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채택하고 있다.

불체자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우려하는 것은 불체자를 무조건 용인하여 불체자 양산을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1,200만으로 추산되는 불체자를 모두 색출하여 추방할 수는 없는 일이며 또 그럴 경우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므로 밀입국 대책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합법 이민자에 대해서 걸핏하면 추방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반이민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단속의 강화가 ‘소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잡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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