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 남으려면

2008-03-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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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World OKTA 명예회장)

어릴 때 지방 토호의 몰락하는 과정을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토지’라는 소설을 읽지 못했다. 막연히 밀려오는 답답한 마음을 씻지 못해 감히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가공 세계를 그린 소설이지만 같은 시대를 산 나로서는 공감을 하다 못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해서 황망히 비겁하게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시대 속에서 발 빠르게 변신하지 못하고 과거에만 집착해서 몰락해 가는 그 참담함을 어찌 잊을 것인가. 선진산업 기술을 제 때에,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공리 공론에 얽매여 자기 합리화에 시간을 허비해 왔던 시대다.그 당시 한국사회에 만연되었던 현실에 안주하려 하는 안이한 생각과 미래를 과감히 개척하려는 도전정신을 상실했던 폐쇄적인 사회와 닫힌 마음으로 인해 급기야는 한일합방이라는 굴욕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를 지금의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믿으면서도 울화가 치미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나만의 생각인가. 그러나 지금은 또 다른 세기의 파라다임 쉬프트가 일어나고 있는 역사의 한 중심에 서 있다. 더군다나 세계 최고 중심 도시인 뉴욕에서 숨을 쉬면서도 똑같은 우를 범하는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50년 주기와 같은 주기성이 있음을 보게 된다. 가깝게는 1973년에 일어난 석유 파동에 의한 세계적인 경제 파동을, 당시 직장에서 수출이 막히는 큰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세계 속의 작은 한국을 실감했었다. 그 당시에는 사회 초년병으로써 세계 경제 전체를 이해하기에 너무나 역부족이었으며 제대로 그 역학 구조를 이해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경험을 요했다.세계화라는 단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세계 경제 속에서 가장 민감한 석유가격이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지금에도 세계 경제를 읽는 눈이 아직도 분명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답답해진다. 석유파동은 석유 생산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한 인위적인 단합에 의해 일어난 일이지만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의 큰 틀과 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덕분에 산유국들은 지금도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부를 창출해 왔으며 기적과도 같은 신도시를 두바이에 건설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산주의의 맹주였던 러시아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고유가 정책의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가장 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원인은 석유 산유국의 고유가 정책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원자재들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엄청난 불균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종래엔 선진 7개 국가 중심의 소비재 수요가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면 지금은 개발도상국가들에 의해 국제 원자재에 대한 무차별적인 수요가 급속도로 일어남으로 인해 세계 경제계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가시권 속으로 들어오기에 가슴이 더욱 답답해진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및 중국 4개 신흥국가)가 기지개를 켜면서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종래의 선진 몇 개 국가들의 정상들에 의해 좌지우지하던 시대와는 전혀 판이한 경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세계 경제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원자재의 가격은 지난 3년간 몇 배가 뛰었을 뿐만 아니라 제 때에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옥수수나 팜 기름이 대체연료로 각광받는 일이며 이상 기후로 인한 세계 각 국가들의 농작물 흉작으로 말미암아 세계 각 국가들이 곡물 확보에 대한 전쟁이 눈앞에 당도한 현실이다.

이를 먼 나라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는 듯하여서 가슴은 더욱 답답해진다.
각 국가마다 정착해 있는 해외 한인 경제인들만이라도 제대로 엮고 결속시키면 아주 강한 경제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외 유대인 조직과도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연합공동체를 구축해서 새로
운 형태의 원자재 전쟁에 대처해야 한다. 뉴욕에 있는 나도 어제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을 분석해서 내일을 대비해야 겠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나는 언제까지 무기력하게 경기만 탓하고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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