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EO와 대통령의 사고(思考)

2008-03-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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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E.O.란 최고경영자의 의미로 Chief Executive Officer의 약자이다. C.E.O.가 되면 기업 경영을 위해 사내 임원이나 부,실,국의 담당 책임자를 인선할 때는 대상 직원의 추진력 및 업무처리 능력을 평가해 기업의 경영실적을 올릴 수 있다면 그 직원의 전력이나 도덕성 기준 등은 뒷전으
로 돌리는 것이 예사이다(사실은 매우 중요한 조건이지만). 그러나 정부 조직법에 의거한 고위공직자는 4,800만 전국민과 100만여명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표상으로 모범이 되고 품위가 유지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 임명해야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25일 10년만에 정권교체(보수정권) 취임한 이명박 정부가 스타팅 멤버로 선보인 15명의 장관 후보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나 여론은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등으로 편중,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후보 각료 중 이춘호 여성부장관
(24일 사퇴), 남주홍 통일과 박은경 환경부장관(28일 사퇴) 등 3명이 도중 사퇴하므로 일단은 국회에서 한승수 총리 인준 동의를 해주고 김성이(복지부) 후보를 유보한 여타 각료의 청문회를 마쳤지만 이것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에 대다수 국민이 동의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정 운영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과거 국민의 정부(김대중)와 참여정부(노무현)의 출범 후 대통령 지지도가 80% 안팎이었으나 지난 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론조사(경향, 한겨레)에서 49.1%와 49.4%의 지지율을 나타낸 것을 보면서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고 한 말이 맞는가?이처럼 이명박 새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보고 사회의 각종 도덕성에 문제가 된 각료 후보들을 임명했는지 화가 나기까지도 했다.

지난 정부 시절, 고위공직자(총리, 장관급 등) 인선 때마다 ‘인사는 만사’라면서 코드인사란 압박으로 여론을 조성, 대통령에까지 험담을 하던 한나라당이었는데 이번 15명의 장관 후보자 어느 한 사람 부정, 탈법, 표절, 허위조작, 탈루(세금) 의혹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이 대통령이 당내 경선이나 본선과정에서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은 사실이 있어 이에 장관 후보자들의 검증과정에서 도덕성의 잣대를 사용치 아니하였는지, 아니면 참모진영의 인선 추천과정에서 검증 시스템이 미흡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니 C.E.O.와는 달리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정치이기에 사회 통합과 도덕성의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대통령은 알았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능력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울러 금번 청문회 과정을 보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앞에서 말한 의혹들이 사실이냐, 아니냐 여부보다 장관 후보자들의 대응 답변하는 태도가 더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을 보면서 고학력으로 사회 지도층 반열에 넣지 않는다면 모두 다 분기탱천할 후보들인데 이들이 국민을 보는 자세는 이 정도인가, 허탈할 뿐이었다.행위들이 불법이냐, 투기냐, 표절이냐 등의 논란 자체보다 도덕 불감증에 중독된 뻔뻔한 얼굴들로 천연덕스럽게 해명하는 것에 놀라지 않은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자들이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다니 옆에 있다면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 이런 장관 후보들을 천거한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정식 임명을 받은 각료들은 심기일전, 국정을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속담에 ‘한 번 나물밭에 X을 눈 개를 보는 마을 사람들은 볼 때마다 저 개, 저 개 하
고 손가락질하게 마련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누가 뭐래도 이명박 정부는 보수정권이다. 그런데 본시 보수주의 요체는 높은 도덕성, Nobless
Oblige(상류층의 의무)인데 스스로 보수주의를 거부한 측면이고 보니 사이비 보수가 아닌지 아이러니칼 하다.


임기 내 매년 7%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및 선진 7개국이 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에 못지않게 국민 개개인의 의식이 개혁되어야 하고 도덕적인 기준이 선진국 수준이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부패한 사고를 가진 장관이 들어서면 휘하 공무원의 부패를 잡을 수 없어 절대로 나라가 바르게 갈 수 없는데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자질있는 15명도 추려내지 못할 정도의 정부라면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필자 소견으로는 정부 구성이 좀 늦더라도 과거 정부들과의 차별을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장관들을 찾아내 초대 내각을 구성했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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