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 손 손

2008-03-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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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나는 어려서 농촌교회의 전도사 일을 1년 동안 한 일이 있다. 그 때 교인들에게 가장 부끄러웠던 것이 나의 손이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의 손이 거친데 비하여 나의 손만이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농촌 사람들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미얀마 최초의 선교사는 미국인 아도니럼 저드슨이다. 불교국이므로 선교 허가서를 받기 위하여 국왕을 알현하였다. 왕은 “그런 손으로는 무슨 말을 해도 따를 사람이 없을 것이니 우선 내 백성의 손과 비슷해지시오”라고 충고했다. 저드슨 목사는 원주민들과 함께 2년 동안 농사를 짓고 험한 손이 된 후에야 선교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신의 창조 중 최고의 걸작이 손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자재의 굴신과 예민한 감각, 놀라운 탄력과 파악력도 가졌다. 이 손이 있어 인간이 도구를 만들어 문명을 개발하였기에 학문적으로는 사람을 호모파베르(공작하는 인간)이라고 부른다. 그 손으로 발명, 건설, 제작, 집필, 개척이 가능했고 사랑의 표현에도 큰 몫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손이냐 하는 것이다.
죽이는 손도 있고, 살리는 손도 있다. 빼앗는 손도 있고 주는 손도 있다. 총을 쏘는 손도 있고, 호미질을 하는 손도 있다. 가롯 유다처럼 스승을 매도하여 헌금을 챙기는 손도 있고 빌라도처럼 민심에 아부하여 예수의 십자가형을 언도해 놓고 자기의 책임이 아님을 나타내려고 물로 손을 씻는 비겁한 손도 있다.


지난 연말 뉴저지 테너플라이에 괘씸한 도둑이 있었다. 연말이면 집집마다 청소부에게 약간의 사례금을 준다. 두 청소부가 쓰레기를 수거하려 잠깐 트럭을 빈 사이에 그 팁을 훔쳐간 것이다. 벼룩이 간 빼먹는 치사한 손이다.예수는 자기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내 손과 발을 보라”고 하였다. 사람을 식별시키기 위해서는 얼굴을 보라는 것이 상식이지만 예수는 자기를 대표하는 모습으로 손을 들었는데 그 손에는 십자가에 못 박혔던 못 자국이 있었다. 미국 언어장애자의 수화(手話)로 예수를 가리킬 때 왼쪽 손바닥에 오른 손 손가락을 찍는다. 못에 뚫린 손이 예수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십자가가 장식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감이 안 나지만 캔서스 의대의 해부학 교수 하워드 메츠키 박사는 십자가형의 고통을 의학적으로 분석하였다. “온 체중이 두 손바닥에 박힌 못에 매달려지기 때문에 살이 찢겨 출혈과 통증이 극심하다. 근육이 극도로 팽창하여 호흡 장애를 가져온다. 숨을 내쉴 수가 없어 근육에 산소 공급이 안 되므로 심한 경련을 일으킨다. 이런 증세들을 참으려고 죄수는 몸을 위로 치켜 올리려 하는데 이 때마다 체중은 발등에 꽂힌 못에 의지하므로 그 고통은 가중된다” 예수가 달린 십자가는 이런 고통이었고 결코 감상적인 그림은 아니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유언 속에 자기가 죽으면 손을 묶지 말라고 하였다. 그 당시 풍습으로 수의의 긴 소매 속에 손을 가리고 허리에 묶게 되어 있었다. 손을 묶지 못하게 한 이유는 모든 조객에게 왕의 빈 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 손은 많은 나라를 정복하고 엄청난 재물을 챙긴 손이지만 죽으면 거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교훈하기 위해서였다.

런던에 이름있는 거지가 있다. 지미 스튜워드 씨인데 손바닥에 Thank you 라고 써붙이고 다닌다. 손을 내밀 때마다 미리 Thank you 를 한다는 심리전술이다. 이렇게 지나치게 엎드리는 것을 거지 근성, 혹은 노예 근성이라고 한다. 테레사는 열 여덟살 때 수녀가 되려고 유고슬라비아의 집을 떠났다.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네 손이 예수님의 손처럼 되기를 바란다” 테레사 수녀는 어머니의 이 마지막 말씀을 지키려고 평생을 노력하였다고 한다.

악수의 역사를 인류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고대인이 낯선 사람을 만나면 손을 펴 보였다는 것이다. 무기가 없으니 싸울 의사가 없다는 표시이다. 그래서 서로가 빈 손을 마주잡는 것이 친구가 되는 예식이었다. 손에 무엇이 들렸는가가 문제이다. 욕심과 미움이 들린 손은 매우 위험하다. 사랑과 자비가 들린 손은 평화를 만든다. 톨스토이 동화에 ‘황제와 청소부’가 있다. 왕이 파티를 열고 왕궁에서 일하는 신하 전원을 초청하였다. 그 중 한 사람을 뽑아 상을 내리고 왕과 왕후 곁에 앉게 한다는 것이었다. 왕의 신하가 입구에서 손님들의 손을 검사하였다. 이 날 영예의 당선자는 손이 가장 험한 청소부 할머니였다. 노동의 가치를 높인 작가의 의도가 담긴 동화이다.

타이슨은 세계를 제패한 권투 선수였는데 강간사건으로 이미지가 구겼었다. 영예의 주먹과 부끄러운 손, 두 손을 가진 것이다. 이중의 손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아름다운 손이 흉한 손으로 돌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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