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편 잔소리, 알고보니 우울증 때문

2008-03-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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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주(코너스톤 대표)

“우리 애들 아빠와 도저히 같이 못 살겠어요. 더 이상 같이 살다간 내가 미칠 것 같아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하며 60세를 넘긴 듯한 여인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넘어선, 절망적인 몸짓과 표현을 했다.

도대체 그녀 남편의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절망적이게 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난 몇년 동안 남편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잦은 말다툼을 거의 매일 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남편의 시시콜콜한 잔소리가 그녀를 화나게 한다고 고백하기 시작했다.그들은 20대 중반에 친구의 소개로 만나 1년 정도 연애를 했고, 부인은 말수는 적지만 정말 믿음직스럽고 책임감 강한 남편에게 매력을 느껴 결혼을 했고, 딸들을 낳고 열심히 행복한 가족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살았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좋은 점을 먼저 털어놓았다. “제 남편은요, 참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일 처리를 잘해서 항상 사회생활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 저는 그가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그러나 그녀가 자랑스러워하던 남편의 빈틈없는 성격이 그녀를 공격해 올지는 몰랐다고 했다.남편은 건강상의 이유로 60대 초반에 퇴직하게 되었는데 그 후 집안의 모든 것을 간섭하기 시작했다(집안일 구석구석, 부엌일, 경제적으로는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그녀는 몇개월 가면 줄어들겠지 하고 희망을 가지고 참고 지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해져만 갔고 요즘은 얼굴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남편을 피하려고 외출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의 경제적인 간섭과 잔소리 때문에 자유롭게 친구를 만나 점심 한끼 사먹기도 부담스럽고,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기는 더욱 불편하다고 했다. 내담자의 성격은 외향적이고 즉흥적인 사회성을 가지면서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인생의 덕목으로 믿고 사는 편이어서 갑작스런 남편의 퇴직과 건강의 악화 이후 그녀의 타고난 성격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면서 살 수 없게되자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부인의 심리적 상태를 보아 우울감과 허탈감 정도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굉장히 깊어져 있었고, 그리고 부족한 개인 사회생활로 인한 불만이 쌓이면서 감정 조절의 어려움과 배우자의 계속적인 불만족한 말투와 매사에 부정적인 표현이 더욱 그녀를 힘들고 좌절하게 만든 것으로 보였다.

몇 번의 상담 이후 부부상담을 권유했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과 새로운 감정적 대화 방법을 배우면서 남편의 계속되는 잔소리 또한 우울증으로 인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갱년기 이후 남성 호르몬 감소 상태로 인한 성기능 감퇴와 고혈압, 당뇨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그는 나름대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려 한 것으로 보이나 그의 부정적이고 질타적인 말투는 부인의 마음을 더욱 상하게 만들었다.

몇달 동안 부부는 상담시간에 배운 건강한 대화 방법을 반복적인 연습과 실제 생활에 적용하면서 서로의 다른 성격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게 되었고 행복한 황혼기를 준비하게 되었다.이번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보통 남성 갱년기 이후, 그리고 건강상태 악화로 남성도 우울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여성 배우자들은 꼭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심리상담을 통하여 정신건강을 잘 이해하면 우울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가정불화를 줄이고 서로의 관계를 더욱 가깝고 화목하게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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