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신은 행복하세요?”

2008-03-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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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민족포럼재단 사무국장)

사람은 누구나 ‘행복(幸福)’해 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행복은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과 같은 것이어서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행복을 ‘웃음’이라고 말한다.

나는 매일 아침 노던 블러바드를 통해 출근을 하면서 일용직 일자리를 기다리느라 군데군데 모여있는 스패니시 친구들을 보게 된다. 요즘같은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고용해줄 주인을 기다리면서도 늘상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이란 물질적 풍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부유해질수록 더 불행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영국 신 경제재단이 최근 세계 178개 국가를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호주 옆의 작고 가난한 섬나라 바누아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상위 20위권 내에는 대체로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스리랑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들과 아이티,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최고의 물질적 풍요를 자랑하는 서방 선진 7개국의 경우 미국이 150위, 프랑스 129위, 캐나다 111위, 영국 108위 등으로 대부분 100위권을 벗어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어떤가. 우리는 지난 4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200배 이상 증가했지만 행복지수는 102위에 그쳤다. 이는 바로 행복은 GDP 순(順), 즉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傍證)해 주고 있다.
세계적인 부호 존 라커펠러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가요?”라는 한 앵커의 질문에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됩니다(little bit more)”라는 명답을 내렸다는 유명한 일화(逸話)가 있다. 이는 인간에게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조금만 더’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주어지더라도 돈이 곧 행복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인간의 순수함이 아름답게 가꾸어질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얼마만큼 마음의 문을 열고 주어진 현실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얼마만큼 품위있게 현실에 충실하느냐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질도 달라질 것이다. 행복은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갈 때 가슴속으로부터 절로 우러나와 우리 심신을 에워싸는 따뜻한 빛과 같은 것이다.
19세기 말, 상징주의 작가인 매테를링크는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라는 작품으로 세인의 주목을 끌었다. 아동극으로 창작한 이 환상적인 우화는 행복을 찾아 외부세계를 헤매다 결국 행복을 찾지 못하고 허탈감에 빠져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파랑새는 정작 피안(彼岸)의 세계가 아닌, 바로 자신의 처마 밑에서 울고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처럼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우리의 마음과 힘이 닿는 곳에 있다.

우리 모두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인 가치임을 깨닫고 불행의 순간마다 스스로가 제시하는 질문을 떠올리며 조금씩 변화를 추구해 나간다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나는 우리 주변에 물질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 한결같이 가난했던 지난 날이 물질과 명예를 거머쥔 지금보다 더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회고하는 것을 보면서 행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와 “당신은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하지만 당신이 정녕 행복한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당장 거울을 보자. 그리고 당신의 얼굴이 웃음꽃으로 주름이 져 있다면 당신은 분명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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