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은 머리 외국인?

2008-03-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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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광고기획사 대표)

‘검은 머리 외국인…?’ 마치 외계인이나 미개지에 살고있는 이상한 종족을 표현하는 듯한 비하되는 어구가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지난 2월 21일 이명박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대한민국의 정호영 특별검사가 수사를 종결지으면서 불쑥 내뱉은 말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민국이 우롱당했다’는 표현으로 BBK가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인정된 김경준을 빗대서 한 말이다. 어떻게 김경준이라는 재미한인을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표현했을까?
김경준! 그 사람 죄를 지어 죄인 취급 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사람도 따지고 보면 어엿한 우리와 같은 동족인 한국인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그 사람, 우리와 같은 입장에 있는 재미한인들 중에 한 사람임에도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정호영 검사가 표현한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말투가 어딘가 어불성설이며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경준, 그 사람은 어디까지나 검은 머리의 한국인이지 외국인은 아닐진대 어찌하여 외국인이라는 표현을 했는지 필자는 은근히 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재미한인 전체가 매도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다.정호영 특별검사는 대한민국 법조계에서도 그런대로 내노라하는 법조인으로서 대통령 당선인을 특별 조사하는 위치의 출세(?)한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지성으로 통할 수 있는 사람이 동족인 한국사람을 외국인으로 차별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 모든 재미한인 또는 전세계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인 모두는 결론적으로 ‘검은 머리의 외국인’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애당초 이명박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특별검사가 그의 과거 비리를 조사한다고 할 때부터 뻔한 결과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필요성을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금번 정호영 특별검사가 특검 전체 내용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결과에 대해 솔직히 관심도 없다. 법의 판결은 어디까지나 선명하게 법대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이변이 나타나는 사필귀정의 인간관계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정호영이라는 검사가 한 사람의 죄인을 처리하면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듣기 거북한 표현으로 재미한인들의 심기를 흐려놓는지 난해하기 짝이 없다. 언제인가 서울 방문길에 미국에 살고있는 재미동포를 ‘미국 거지’ 라는 표현으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표현하는 친구에게 크게 화를 내고 사과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친구의 말을 빌리면 이제는 한국이 좀 잘 살게 되었기 때문에 옛날과 같이 미국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는 표현으로 미국 거지라는 막말로 은근히 재미한인들을 비하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이는 진실로 경거망동이 아닐 수가 없다. 익은 벼는 항상 숙일 줄 알아야 한다는 조상의 격언을 잊어서는 안된다.

조국이 풍요롭게 발전하여 모든 동족이 잘 산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조국이 어려웠던 시절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외국땅에 와서 애국가를 듣고 태극기가 게양될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가슴에서 울컥하니 치솟는 아픔을 억누르며 부모형제… 내 동족이… 살고있는 조국의 발전을 기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은 절대 ‘검은 머리의 외국인…’이 아니고 당신들과 똑같은 모습과 피부와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에 항상 똑같은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먼 나라 당신들의 동족임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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